내년 LPG 화물차 구입 보조금 절반으로 축소… 소상공인 반발

강은지 기자

입력 2021-07-13 03:00 수정 2021-07-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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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경유차 미세먼지 저감 취지… LPG 화물차 전환 지원금 400만원
내년부턴 대당 200만원으로 감축
환경부 “지원금 줄여도 문제 없어”
中企중앙회 “당장 생계에 큰 타격”



배출가스 5등급인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1t급 액화석유가스(LPG) 화물차를 구입하면 정부가 주는 지원금이 있다. LPG 화물차 구입 지원금이다. 대당 400만 원씩 지급한다. 정부가 초미세먼지(PM2.5)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2019년 시작한 제도다.

내년부터는 이 지원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LPG 화물차 구입 지원 액수와 대상 차량 수를 축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자동차 업계와 소형 화물차를 많이 운전하는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 ‘반토막’난 LPG 보조금

환경부는 2022년 LPG 화물차 구입 지원사업 예산요구안을 마련해 5월 말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대당 200만 원씩 총 1만5000대에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7월 환경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추진 계획과 차이가 난다. 당시 환경부는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차를 구입할 경우 대당 400만 원씩 2022년 2만5000대, 2023년부터 3년간 매년 3만 대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계획과 비교하면 내년도 지원금액은 총 10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70%가 줄고, 대수도 2만5000대에서 1만5000대로 40%가 축소된 셈이다.

2019년 LPG 화물차 구입 지원사업을 시작할 때 환경부는 “오래된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신차 구입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LPG 차량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경유차의 26분의 1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지원금을 받아 전환한 LPG 차는 1만909대. 올해는 2만 대 지원 예정으로 5월까지 9097대가 지원금을 받았다.

환경부는 지원사업 규모 축소 이유에 대해 LPG 화물차의 낮은 가격을 근거로 들었다. 트럭의 경우 LPG 화물차 가격(1559만 원)은 경유 화물차(1840만 원)보다 281만 원 저렴하다. 지원금을 400만 원의 절반으로 낮춰도 경유 화물차와의 가격 차가 481만 원으로 적지 않다는 것이다.

○ 업계 “갑작스러운 축소 부당”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용달화물차운송사업자연합회,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등은 “갑작스러운 축소 방침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2022년을 6개월 남긴 상황에서 지난해 발표와 다르게 지원 규모를 줄이면 차를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던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환경부가 정책 도입 초기에 밝힌 것처럼 LPG 화물차 구입 지원금은 생계형으로 구매하는 차량 가격의 초기 비용을 절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상공인 및 중소사업체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으로 당초 계획대로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지난달 환경부에 보냈다.

이들은 “전기 화물차가 대중화되고 경유 화물차를 완전히 대체하기 전까지는 LPG 화물차 지원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소형 화물차는 15만8601대. 그중 경유 화물차는 85%(13만5150대)에 달한다. 내년도 전기 화물차 생산계획은 3만8000여 대에 그친다.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는 “화훼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아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라며 “신차 구매 지원금을 줄이는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코로나19로 직접 구매 대신 배달이 늘면서 상품 배송을 위해 차를 꼭 사야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전기차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축소하면 구매 요인이 떨어져 기존 노후 경유차를 그대로 타거나, 중고 경유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PG 화물차와 경유 화물차의 가격 차가 크지 않으면 연료소비효율과 출력 등을 고려해 경유 화물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LPG 화물차 지원 구매 사업은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경유차 퇴출 정책에 부합할 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에게 큰 경제적 지원”이라며 “현재 지원 규모(400만 원)가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적정 규모라고 본다”고 밝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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