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필리핀 머물다 다시 백령도로… 고향서 ‘어미새’ 된 노랑부리백로

강은지 기자

입력 2021-07-13 03:00 수정 2021-07-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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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희귀새’ 위치추적기로 생태 특성 첫 확인
중국서 가을 체류-필리핀서 월동, 번식 위해 24일간 3573km 비행
2년 만에 백령도 복귀 직후 번식


2019년 6월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한 어린 노랑부리백로(왼쪽). 필리핀에서 2년을 보낸 이 새는 지난달 15일 자신이 태어난 백령도로 다시 돌아와 어미 새가 된 모습(오른쪽)이 포착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노랑부리백로의 생태 특성이 처음 확인됐다. 국내 연구진이 위치추적발신기를 달아 날려 보낸 어린 백로가 2년 만에 한반도로 돌아와 어미새가 되어 알을 낳은 것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19년 6월 서해 백령도에서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한 새끼 노랑부리백로가 2년 만인 지난달 15일 백령도로 다시 돌아왔다고 12일 밝혔다.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희귀새다. 백령도와 같은 한반도 서해안 섬에서 번식하고, 필리핀 등에서 겨울을 보내는 여름 철새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이동 경로나 연령별 특성 등은 그간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결과, 어린 노랑부리백로는 2년 전 7월 백령도를 떠나 서해안을 따라 북상해 중국 랴오닝(遼寧)성 좡허(莊河)시에서 약 두 달간 머물렀다. 그곳에서 가을을 보낸 뒤 남쪽으로 긴 여정을 시작했다. 11일간 3717km를 날아간 노랑부리백로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히나투안 지역에 도착했다. 노랑부리백로는 그곳에서 약 18개월을 보낸 뒤 올 5월 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에는 24일간 대만과 중국 산둥(山東)반도를 지나는 경로로 3573km를 날아 백령도로 돌아왔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2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노랑부리백로는 도착 직후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았다.

백령도에서 노랑부리백로의 위치가 확인되자 연구진은 지난달 25일 현장을 찾았다. 2년 만에 어미새가 된 노랑부리백로는 4개의 알을 품고 있었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필리핀에서는 노랑부리백로들이 산란을 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로 노랑부리백로는 태어난 지 2년이 지나면 번식을 하고 자신이 태어난 번식지로 다시 돌아와 산란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노랑부리백로의 이동 특성과 경로가 확인된 만큼, 추후 이들의 번식지와 월동지 보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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