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빚어낸 ‘느낌있는 사진’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7-12 03:00 수정 2021-07-12 03:0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스페인 사진가 ‘요시고’ 국내 첫 개인전
세계 여행지 풍광 감각적 구도로 연출
평범한 일상, 빛의 각도 따라 변신
4만명 관람… 펀딩 통해 비용 조달


건축물에 따뜻한 색을 입힌 작품 ‘La Grande Motte, France’(2020년). 요시고는 햇볕 풍경을 많이 그린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작품을 즐겨 본다고 한다. 미디어앤아트 제공

9일 오전 9시 45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 전시관 개장 15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20여 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평일 오전인데도 휴일 못지않게 붐볐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스페인 사진가 요시고(본명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40)의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에는 10일까지 총 4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그가 처음 국내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문화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펀더풀’을 통해 전시비용을 조달했다. 지난달 9∼22일 495명이 펀딩에 참여해 전시 개최에 필요한 5억 원 이상이 모였다. 전시 2주 만에 투자 손익분기점(관람객 8만 명)의 절반을 채웠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350여 점의 사진은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담고 있다. 작가의 렌즈가 향한 곳은 한가로운 장소다. 그는 순간적인 장면을 빠르게 촬영하는 스냅사진의 거장 스티븐 쇼어(74)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처음 구입한 사진집은 쇼어의 ‘American surfaces’였다. 보통의 것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건 이국적 풍경이다. 전시는 건축, 다큐멘터리, 풍경의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일본, 아랍에미리트, 헝가리, 스페인, 미국, 포르투갈, 프랑스 등 7개국의 자연과 사람을 담았다.

이국적 풍경을 담은 작품 ‘Dubai, UAE’(2018년). 전시장에 모래가 깔려 있어 사막 한가운데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기분이 든다. 미디어앤아트 제공
노곤한 오렌지 빛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 것 같은 옥빛까지. 그는 자연이 선물한 다채로운 색을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작품 ‘Dubai, UAE’(2018년)는 강렬한 햇빛이 비추는 사막의 모래와 산맥의 그림자가 인상적이다. “지루하게만 보이던 대상도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각도에 따라 마법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는 그에게 빛은 중요한 도구다. 요시고는 장소와 시간에 따른 태양의 각도를 보여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참고해 필름 혹은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했다.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의 대표작 ‘Mallorca, Spain’. 그는 차기 작품 촬영지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요시고는 “한국은 전통과 현대적 요소의 균형이 매력적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해 풍경, 건축, 사람을 촬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앤아트 제공
그가 즐겨 촬영한 곳은 고향인 스페인 도시 ‘산세바스타인’. 작품 ‘San Sebastian, Spain’(2019년)은 해수욕을 즐기러 온 아이들을 담았다. 다수의 관광객이 작품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70∼200mm 망원 줌 렌즈로 당겨 촬영했다. 전시 포스터로 쓰인 대표작 ‘Mallorca, Spain’은 스페인 마요르카섬 해변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남성의 모습을 다뤘다. 이 작품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의류업계 종사자였던 그가 유명 사진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후원 덕분이었다고 한다. 사진 촬영에 재능이 없다며 주눅이 들었을 때 아버지는 시를 한 편 지어 아들에게 선물했다. 시의 한 문구였던 ‘Yo sigo(계속 나아가다)’는 이후 그의 활동명이 됐다. 이후 그는 지인들에게 작품을 보여주려고 시작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름이 알려졌다. 현재 약 19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그는 ‘잭 다니엘’ 등 유명 브랜드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젊은층에 입소문이 나 관람객의 90%가 20, 30대다.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의 80%도 20, 30대였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고 지지하는 젊은층의 문화적 팬덤에 힘입은 전시”라며 “코로나로 좌절된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작품 소재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성인 1만5000원, 아동·청소년 1만2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