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평점 낮으면 배차 불이익”… “택시기사 길들이기” 반발

전남혁기자 , 이건혁기자

입력 2021-07-11 21:26 수정 2021-07-1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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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카카오택시)가 승객들로부터 낮은 별점을 받은 택시 기사들을 우선 배차 서비스에서 제외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택시 불친절 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T가 평점을 무기로 기사들을 길들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22일부터 택시 기사들이 가입하는 유료 서비스 ‘프로멤버십’ 약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프로멤버십은 월 9만9000원을 내면 택시기사들이 선호하는 콜(호출)을 우선 제공하는 등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새 약관은 택시 기사들이 별도 공지한 멤버십 기준 평점보다 낮을 경우 프로멤버십 가입을 거부하거나 사후 이용계약을 해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규 가입 기사들에게 적용된다.

약관 변경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이용자들이 별 5개 만점으로 기사의 친절도 등을 평가할 수 있지만 승객들은 택시를 부를 때 평점을 보고 선택할 수 없다. 이전에 이용했던 기사에 한해서만 배차 거부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직장인 김모 씨(35·여)는 “택시를 불렀을 때 담배 냄새가 나거나, 차량 상태가 불결한 택시가 와도 되돌려 보낼 수가 없다”며 “사전에 이런 기사들을 배제하는 장치가 있으면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서비스 향상을 장려하기 위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 기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T가 국내 택시호출 시장에서 8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에서 프로멤버십을 통해 사실상 유료화를 진행한 데다, 이제는 평점을 무기로 ‘기사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택시 기사들의 종속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플랫폼 절대 강자인 카카오의 불명확하고 일방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프로멤버십 출시 이후 “멤버십을 출시하고 과도한 요금을 책정한 것은 중개호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횡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택시업계는 ‘별점 테러’도 우려하고 있다. 기사들이 승객에게 정당한 요구를 해도 낮은 별점을 받을 수 있으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낮은 별점을 받아도 이를 구제받을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승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니 평점을 낮게 매긴 일도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서비스가 불량해 평점이 낮은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한두 번 낮은 별점을 받았다고 해서 곧장 기사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다. 평균적인 점수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기자 forward@donga.com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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