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37 MAX8 재운항? 한·중·일의 동상이몽 [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7-10 16:00:00 수정 2021-07-10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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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9일, 라이온 에어의 보잉 737 MAX 8 기종(B737맥스8) 항공기가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B737맥스8의 첫 인명 사고였습니다. 이후 2019년 3월 10일 승객과 승무원 157명을 태우고 이륙한 에티오피아 항공의 B737맥스8이 이륙 6분 만에 추락을 합니다. 첫 번째 사고 당시만 해도 사고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사고 이후 전 세계는 B737맥스의 운항을 중단합니다.

보잉사의 737 MAX 8 기종. 보잉


우리나라에도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2018년 12월에 국내 최초로 맥스8(2대)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발생한 사고로 운항이 중단 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현재는 공항 주기장에 쓸쓸하게 멈춰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항공기 운항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언제 다시 뜰지 기약조차 하기 힘듭니다.

사고가 난 뒤 2년 지났습니다. 그 사이 미국의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은 B737맥스8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소프트웨어 결함 등에 대한 보완 조치를 했고, 미국을 시작으로 올해 초 유럽이, 이어 세계 여러 국가들이 서서히 B737맥스 운항 재개를 시작합니다.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전 세계 195개국 중 173개국이 B737맥스8의 운항을 재개했습니다.

운항을 재개한다는 건 2가지 의미인데요. △해당 국가 항공사가 B737맥스를 띄울 수 있고 △자국 영공에 다른 국적 항공사의 B737맥스 기종이 비행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운항 재개 이후 올해 6월 15일 까지 약 5만5400여 편의 B737맥스가 운항(연습, 시험 비행 제외)을 했습니다. 총 운항 편수의 99%가 정시에 제대로 운영이 됐습니다.

그런데 한·중·일 3개국이 B737맥스 운항 재개에 대응하는 모습은 재미있습니다. 자국의 이해관계와 국제정치학적인 문제까지 엮여 있는데요. 국가별로 B737맥스 이슈에 대처하는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빠르게 운항 재개한 일본
먼저 일본입니다. 한중일 중 B737맥스 재운항을 허가한 나라는 현재 일본뿐입니다. 그런데 일본 항공사들 중 B737맥스를 보유한 곳은 없습니다. 일본으로 타 항공사의 B737맥스가 들어올 수 있게 됐다는 의미는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입국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외국 항공사들이 굳이 일본에 B737맥스8을 띄울 이유를 찾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일본의 B737맥스 운항 재개 이유를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올림픽 개최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소통과 화합의 장인 올림픽을 개최할 나라에서 특정 항공기 운항을 멈춰 놨다는 건 국제항공업계에 안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입니다. 굳건한 미일 동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야심작 B737맥스의 운항 재개를 발 빠르게 허용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안전성을 따지는 중국
중국으로 가보겠습니다. 중국은 16개 항공사가 약 100대의 B737맥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 어떤 국가보다도 B737맥스를 많이 샀던 나라죠. 그런데 중국은 여전히 B737맥스 운항을 재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 항공 당국은 “B737맥스의 안전감항성(비행기 안전 적합성)이 확실하고 투명하게 확보돼야 하고, 조종사들이 B737맥스 운항 재교육을 받아야 하며, 앞선 두 건의 B737맥스 사고에 대한 명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B737맥스는 안전하지 않고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만 안전 문제는 표면적인 이유라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B737맥스 운항 재개를 하지 않은 이유를 미·중 관계와 중국의 ‘항공굴기’에서 찾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고 있고, 양국은 다양한 방면에서 갈등을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중국이 미국 보잉사의 B737맥스 재운항을 쉽게 허락할까요? 중국과 미국의 자존심 대결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B737맥스8은 미국 보잉사의 야심작입니다. 보잉에게 B737맥스 중단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죠. 더군다나 보잉의 라이벌인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보잉의 시장을 야금야금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항공 산업의 얼굴이자 자존심인 보잉의 굴욕을 중국이 사실상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잉 737 맥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에어버스의 A321 네오(NEO).


또한 중국은 C919라는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잉과 에어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공기 개발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에 항공굴기 계획에서 비롯된 중대형 항공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자체 개발을 했다고 해도 엔진 등 핵심 부품은 백년 이상의 항공 기술 축적을 해온 서방 국가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일부 부품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고요.

만약 서방 국가들이 마음먹고 중국에 들어가고 있는 부품과 기술 지원 등을 끊어 버리면, 중국의 항공 프로젝트는 좌초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뿐 아니라 C919의 상업 비행을 시작한다고 해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C919의 안전성을 못 믿겠다”라고 하면서 C919의 미국, 유럽 영공 진입을 막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C919는 중국 내에서만 비행을 하거나, 미국과 유럽 상공을 거치지 않는 중동 또는 아프리카 노선 정도만 운항을 해야 합니다. B737맥스 재운항을 C919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협동체 항공기 C919.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국
한국은 묘한 상황입니다. 이스타항공이 B737맥스8 2대를 보유하고는 있습니다만, 이스타항공 자체가 운항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스타항공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과정에 있긴 하지만, 운항증명(AOC)을 다시 받아야만 비행기를 띄울 수 있습니다. 빨라야 올해 가을에나 이스타항공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때 까진 B737맥스8 재개를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외국항공사들도 B737맥스8이 아닌 다른 항공기를 한국에 띄우면 됩니다.

그런데 미묘한 문제가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등이 주문했던 B737맥스 기종을 받아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로 보잉사의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B737맥스 운항 중단으로 인도 및 도입도 늦어졌었는데요. 예정대로라면 대한항공은 B737맥스8을 일부 들여왔어야 했고, 제주항공도 조만간 B737맥스8을 가져와야 합니다.

한국 최초로 이스타항공에서 도입한 737맥스8 기종.


그런데 지금은 B737맥스8을 들여와 봐야 운항도 못하고 주기장에 세워놔야 합니다. 항공사들로서는 B737맥스8을 빨리 가져올 이유가 없습니다. 보잉에게는 “한국 정부가 B737맥스 운항 허가를 안 해주고 있어서 국내로 가져올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인도를 최대한 미룰 수 있는 거죠. B737맥스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국내 운항 허가 필요하고, 안전문제 불식 전까진 운항 계획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입니다.

이렇듯 한국은 B737맥스8 운항을 급하게 재개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B737맥스 운항을 재개하자니, 한국 항공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이 다시 운항 허가를 받은 뒤에야 B737맥스 운항 재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B737맥스8 운항 재개에는 항공기 안전성에 대한 논의 뿐 아니라 국가가 처해 있는 내부적인 이해관계나 국제정치학적인 배경이 놓여 있기도 합니다. 필자는 B737맥스8을 두 번 타봤습니다. 취재를 위해 말 그대로 항공기에 주 번 올라가만 봤을 뿐 비행을 하진 않았습니다. 이스타항공도 하루 빨리 운항을 재개하고, B737맥스8의 안전성도 보장이 돼서 B737맥스8을 한번 꼭 타보고 싶습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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