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4채 갭투자’ 악성임대인 주택 ‘강제관리’ 돌입

이새샘 기자

입력 2021-07-09 03:00 수정 2021-07-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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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에 보증금 못줘 피해 양산
법원, 280억 대신 물어준 HUG에 빚 돌려 받도록 ‘121채 관리’ 결정


임대인 A 씨가 2014년부터 5년 동안 사들인 빌라, 다가구 등 주택은 594채에 이른다. 대부분 전세를 끼고 산 ‘갭투자’였다. 이렇게 산 집으로 전세를 놓았지만 계약 기간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피해자를 양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A 씨 소유의 집에 전세로 살던 세입자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280억 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대신 물어줬다.

HUG는 임대인 A 씨가 소유한 주택 594채 가운데 121채를 대상으로 서울남부지법에 강제관리를 신청해 최근 개시 결정을 받았다고 8일 밝혔다. 강제관리는 법원이 선정한 관리인이 채무자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관리해 나오는 수익으로 대신 갚아준 빚을 돌려받도록 하는 민사집행법상의 강제집행 수단이다.

HUG가 이례적으로 강제관리에 나선 것은 A 씨가 보증금을 갚기는커녕 HUG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은 세입자가 퇴거한 뒤 해당 집을 다른 사람에게 보증금 없이 단기로 월세를 주며 현금을 챙겼기 때문이다. HUG가 해당 주택을 경매에 넘겨 낙찰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 씨는 HUG의 추심을 피해 차명계좌로 월세를 받았다.

A 씨 같은 ‘악성 임대인’은 HUG가 보증금을 대신 내준 집에 월세 계약을 하면서 소유권이 넘어갈 경우 바로 퇴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임대인은 HUG가 임의로 정한 개념으로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HUG가 대신 대위변제한 사례가 3건 이상인 다주택 채무자를 말한다. HUG 관계자는 “다른 악성 임대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강제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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