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10분 배달”… 유통업체들 ‘속도전’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7-09 03:00 수정 2021-07-0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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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송파구서 즉시 배송 서비스
‘직고용’으로 라이더 안정적 확보
GS-CJ-롯데도 배송시간 앞당겨
“퀵커머스로 유통업계 요동칠 것”





‘배달 예상 시간 10∼15분.’

쿠팡이 음식배달플랫폼 ‘쿠팡이츠’를 통해 최근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식품, 생필품 즉시 배송 서비스 ‘쿠팡이츠 마트’ 화면 상단에 있는 문구다. 2019년부터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B마트’와 유사한 서비스다. 아직 송파구 내에서도 석촌동과 송파1동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한 상태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통업계의 긴장감은 높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면서 10∼15분이라는 ‘배달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의 물류 인프라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퀵커머스 경쟁이 본격화하면 유통업계 지형이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유통업게에 따르면 쿠팡은 쿠팡이츠 마트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직고용 라이더’ 모집도 시작했다. 3개월 계약직인 ‘쿠팡이츠 친구’는 월 250만 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배송 수단인 이륜차와 유류비, 통신비 등을 지원한다. 주5일 근무와 4대 보험 가입, 경조사비 지원 등 복리후생도 붙는다.

기존 쿠팡이츠 배달원인 ‘쿠팡파트너’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배달대행사나 플랫폼 자체와 계약을 맺는다.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지만 고정 수입은 없다. 그 대신 언제든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탈 수 있기 때문에 쿠팡 입장에선 배달원 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

‘쿠팡이츠 친구’ 직고용을 두고 쿠팡이 10∼15분 내 배달하는 퀵커머스를 위해 수급이 불안정한 일반 라이더 대신 직접 고용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로켓배송’ 도입 당시에도 업계 최초로 배달기사를 직고용해 서비스 속도와 질을 높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건 배달’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린 쿠팡이츠 서비스처럼 쿠팡이츠 마트도 30∼60분이 소요되는 기존 B마트보다 압도적인 배달 속도를 내세우며 확장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 마트의 물류센터(다크스토어) 위치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인근으로 알려졌다. 송파구는 쿠팡 본사가 있는 데다,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헬리오시티’ 등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어 퀵커머스 테스트베드로는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퀵커머스’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다른 유통업체들도 퀵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위해 배달 속도를 높이거나 배달 범위를 빠르게 늘리고 나섰다. GS리테일은 최근 배달 전용 주문 모바일 앱 ‘우딜(우리동네딜리버리)’을 통해 ‘49분 번개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GS수퍼마켓 인근 지역에 한해 49분 내 배달하는 서비스로 기존 ‘1시간 배송’을 11분 단축시킨 것이다. CJ올리브영은 2018년 말 선보인 화장품 3시간 내 배송서비스인 ‘오늘드림 빠름배송’의 평균 배송 시간을 올해 상반기 45분으로 줄였다.

롯데쇼핑은 롯데슈퍼가 지난해 11월 잠실점에서 시작한 ‘퇴근길 1시간 배송’ 서비스 대상 지역을 올해 초 서울 강북과 경기, 인천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퇴근길 1시간 배송 서비스는 오후 4∼8시에 주문하면 1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23개까지 대상 점포가 늘어났다. 이강욱 보스턴컨설팅그룹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는 “음식 배달로 촉발된 시장이 다양한 영역의 퀵커머스로 확장하고 있다”며 “물류 거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속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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