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주식투자 사상 최대…주택 구입 등 빌린 돈 36조 증가

뉴시스

입력 2021-07-08 16:23 수정 2021-07-08 16:2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1분기 가계 순자금운용 44조로 쪼그라들어
주택 신규 매입, 민간소비 부진 완화 영향



주택 구입 자금에 돈이 들어가고 민간소비 부진이 완화되면서 올해 1분기 가계 여유 자금이 1년 전보다 줄었다.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가계의 각종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순자금운용 규모는 44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65조9000억원)보다 21조9000억원 감소했다.

자금순환통계는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부문 간의 금융거래(자금흐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통계다.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하는 ‘순자금운용’은 예금·보험·연금·펀드·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금액이다. 이 수치가 양(+)이면 순자금운용, 음(-)이면 순자금조달로 기록된다.

가계 여윳돈이 줄어든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락에 따른 경제활동 확대 등으로 민간소비 부진이 완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주택 투자도 확대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개인이 건설사로부터 분양을 받거나 정부로부터 사들인 전국 주택매매거래 개인순취득은 지난해 1분기 -1만1000호에서 올해 1분기 7000호로 증가했다.

방중권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주택 거래가 개인 간에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자금순환 순운용 규모에는 변화가 없다”며 “건설사에서 분양을 받거나 정부가 갖고 있는 주택을 받는 예가 있다. 이 경우 자금순환에 수치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1분기 민간최종소비지출은 21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13조4000억원)보다 6조원 늘었다.

가계는 주식투자 등으로 자금을 굴렸다. 1분기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96조1000억원으로 1년 전(81조1000억원)보다 15조원 늘었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38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63조원)보다 24조5000억원 줄어들었으나, 주식과 펀드 등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는 급격히 불어났다. 1분기 가계는 총 49조원의 주식을 취득했다. 거주자 발행 주식 및 출자지분(국내주식) 36조5000억원, 해외주식 12조5000억원어치를 취득했는데, 이는 각각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다.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빌린 돈인 자금조달액은 52조1000억원으로 1년 전(15조2000억원)보다 36조9000억원 증가했다. 내 집 마련과 주식투자 등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을 내 투자)’ 열풍으로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 차입 등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됐는데,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이 중에 장기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이 지난해 1분기 10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8조원으로 많이 늘어났는데,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돼 있다. 자금조달액 중 일부가 주택구입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비금융법인(일반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6000억원)보다 6조1000억원 줄었다. 기업들은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통상 순자금조달로 기록되는데, 수출호조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등으로 그 규모가 축소됐다.

1분기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2조4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축소됐다. 정부의 소비 확대와 투자 축소 규모는 유사했지만, 국세수입이 작년 1분기 69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88조5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이 작용했다.

올해 1분기 총금융자산은 2경1472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670조4000억원 늘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의 비중은 0.5%포인트 상승한 반면, 채권 비중은 0.2%포인트 하락했다.

국민경제의 순환은 경제주체들의 생산·소비·투자 등을 나타내는 ‘실물거래’와 금융자산 및 부채의 변동을 나타내는 ‘금융거래’로 나눠볼 수 있다. 실물거래와 금융거래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려면 양자를 연결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필요에 따라 개발된 통계가 자금순환표로, 1965년부터 한국은행이 작성해 공표하고 있다.

자금순환통계는 동일한 경제부문에 속한 주체간의 상호거래를 제거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자금순환표를 이용하면 기업·가계·정부 등 각 경제주체들이 실물거래를 통해 자금이 얼마만큼 부족하거나 남았는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고 남은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금융거래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자금순환통계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가계는 일반가계 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며, 비영리단체는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종교단체·노동조합·학술단체 등)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금순환통계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 잔액을 총 인구로 나눠 국민 1인당 부채(빚)로 해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