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활용 신종 역외탈세 46명 세무조사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7-08 03:00 수정 2021-07-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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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결제 대행으로 해외 수익 은닉
해외 숫자계좌로 자금 빼돌린 혐의
가상화폐 ‘환치기’도 1조7000억 적발


‘은행계좌주 명의는 13579bomb.’

국세청이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은행에 실명 확인이 어려운 숫자 계좌를 만들어 국내외 자금을 빼돌린 자산가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또 거래 당사자의 명의를 확인하기 어려운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PG) 등을 활용해 해외 판매수익을 숨기고 세금을 탈루한 ‘핀테크(금융기술) 탈세’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역외 탈세한 4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대상 중 14명은 실명 확인이 어려운 숫자 계좌로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숨겨 세금을 피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숫자 계좌는 차명 거래가 가능한 해외에서 계좌주 명의를 ‘12345’ 등 숫자로 만들어 소유주를 알 수 없게 한 계좌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융비밀주의로 소유주 확인이 어려웠던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51개국과 금융정보를 교환해 숫자 계좌의 소유주를 확인했다”며 “역외 비밀계좌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PG 등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한 역외탈세 수법도 포착됐다. 해외 오픈마켓을 통한 판매액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 음식점 매출을 PG를 이용해 탈루한 13명이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것. PG 서비스의 경우 결제가 PG사 명의로 처리되기 때문에 실제 거래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각종 금융정보 자료를 조합해 세무조사 대상을 걸러냈다. 이 외에도 용역 대가를 과다 지급하거나 무형자산 사용료를 허위로 기재해 소득을 빼돌린 19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외환거래를 최근 3개월간 조사한 결과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자 33명(1조7000억 원)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을 원하는 의뢰인으로부터 현지 화폐를 받아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구매한 뒤 이를 가상화폐 가격이 높게 형성된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현금화하고 수익을 챙기는 수법을 썼다. 관세청은 이를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 간 가격차이(김치 프리미엄)를 이용한 ‘환치기’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관세청은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자 중 1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15명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나머지 4명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등이 늘고 있다고 보고 9월까지 관계기관 합동으로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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