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에 ‘패닉 셀링’… 혼란에 빠진 마이애미 부동산

신아형 기자

입력 2021-07-07 15:45 수정 2021-07-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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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대서양과 하얀 백사장 조망을 갖춘 명품 주거지로 각광 받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마이애미 해변 인근에 있는 12층 아파트 ‘섐플레인타워 사우스’ 붕괴 사고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된 탓이다.

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마이애미 부동산 시장에는 수십억 원에 거래되던 바다 조망권 아파트를 하루빨리 파려는 사람들과 전례 없이 낮은 가격으로 가격 흥정을 하려는 구매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붕괴 사고 발생 전까지만 해도 해당 지역 내 100만 달러(약 11억 4000만 원) 이상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월 사이 300% 증가했다. 마이애미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하지만 붕괴 직후 벌써 고객 다섯 명이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해변가 아파트를 구하려 했다”며 “조망을 포기하고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무너진 섐플레인타워 사우스는 1981년 습지 위에 지어졌다. 전문가들은 붕괴 원인을 건물이 오래된 점과 습지 지형이 변하면서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플로리다 남부 아파트 대부분이 1970년대 또는 그 이전에 건설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이 남아 있는 상태다.

실제 사고 이후 마이애미 건물들을 점검하던 당국은 해변가 북쪽에 있는 156세대 아파트에서 구조물 부식과 균열을 발견해 1시간 만에 주민 모두를 대피시키기도 했다. 미 부동산중개 사이트 리얼터는 “이번 사고로 불확실성이 커졌고 사람들은 진심으로 무서워 하고 있다”며 “(붕괴사고가)‘패닉 셀링(panic selling)’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구축 건물 대상으로 더 엄격한 안전 진단과 재승인 절차를 바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동안 플로리다 내 마이애미데이드와 브로워드 등 단 두 카운티만이 40년이 넘은 건물을 대상으로 안전검사 및 재승인 절차를 시행해 왔다. 일부 주민은 건물 운영 연합회를 상대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보험회사들까지 주민들에게 안전진단 확인서 제출을 강요하고 나섰다.

하지만 건물에 하자가 있어도 이를 관리, 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NYT에 따르면 건물 재승인 절차를 밟고 있던 섐플레인타워 주민들은 최소 8만 달러(약 9100만 원)에서 20만 달러(약 2억3000만 원)에 달하는 집 수리비용을 떠안아야 했다고 한다.

2009년부터 섐플레인타워사우스 근처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페르낸다 시케라 씨는 2018년 안전진단을 받고 2만 달러(약 2300만 원) 수리비가 청구돼 매월 350달러씩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케라 씨는 “이곳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내야 하는 추가 비용”이라고 말했다.

NYT는 “마이애미 주민들이 바다 앞에 살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집값이 떨어질까 두려워 하고 있다”며 “결국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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