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장들의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시장은 ‘글쎄’

뉴시스

입력 2021-07-07 07:16 수정 2021-07-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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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한다"…정부, 영끌·패닉바잉 '자제'
수급불균형 갈수록 심화…"뚜렷한 해법 없어"
LH 사태·공공주택 공급 차질…정책 신뢰도↓



정부가 ‘집값 버블’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주무부처 장관인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도 나섰다.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발언 내용은 ‘집값 하락’ 경고로 비슷하다.

여기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나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대한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의 잇단 경고 메시지는 주택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잇단 집값 고점 경고에도 시장의 흐름은 정반대다. 2·4 공급대책 이후 잠시 주춤했던 가격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집값은 안정되기는커녕 집값이 다시 치솟고 있다.

특히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값이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파격적인 주택 공급 대책으로 자평한 2·4 대책과 대출과 세금 등 그간 쏟아낸 고강도 규제들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지역의 주택가격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아 수요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제2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주(22일) 한은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지역 주택가격이 장기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집값이 향후 하락할 수 있다고 한 차례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따르면, 향후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가격과 GDP 대비 민간신용 등을 토대로 분석했을 때 소득과 괴리된 주택가격 상승이 장기화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송구하다”면서도 “초저금리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려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3년 뒤 집값이 내려갈 수도 있고, 전 세계적으로 풀린 자산 거품의 정상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주택 살 때 무리한 영끌을 하면 나중에 처분할 시점에 굉장히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기다리며 투자해 달라”고 전했다.

홍 부총리와 노 장관의 잇단 경고에도 집값 상승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주에도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넷째 주(지난 2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2% 오르며 전주와 같은 수준의 오름폭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6월 둘째 주 0.11%에서 0.12%로 확대된 이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노원구(0.26%)가 중계·상계동 재건축 위주로 상승하며 서울에서 12주 연속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구(0.17%)는 반포·서초동 재건축 위주로, 강남구(0.15%)는 개포·대치동 재건축 위주로, 송파구(0.15%)는 잠실·문정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각각 오르며 강남 3구가 상승을 이끌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주에 이어 0.35% 상승하면서 2주 연속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지난주 0.48%에서 이번 주 0.57%로 상승폭을 키우며 9년 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천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재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단지를 중심으로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역시 GTX에 따른 교통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안양 동안구(0.99%)와 오산시(0.96%), 시흥시(0.85%), 의왕시(0.78%), 군포시(0.79%) 등의 상승세가 지속됐다. 지방 광역시에서는 부산(0.30%→0.33%)과 대전(0.18%→0.20%)이 전주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와 같은 0.27% 오르며, 2019년 9월 셋째 주 이후 93주 연속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또 올해 상반기 수도권의 경우 13% 올라 상반기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하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 9.65%를 추월했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지난 6개월 동안 12.97% 오르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 12.51%를 앞질렀다. 19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와 여당이 집값 안정을 위한 해법 제시에 골몰하고 있으나, 좀처럼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부동산 대책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또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공 주택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했다. 또 서울 서울의료원과 태릉골프장 내 공급 계획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수급불균형이 심화한 가운데 신규 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매매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당이 각종 보완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과 혼선을 빚은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집값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보다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시세보다 높은 호가에 매물을 내놓아도 추격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며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오락가락한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며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와 대출 등 세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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