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 금감원 “수장 빠지고 직원만 문책… 은행 감독 명분 안서”

김자현 기자 , 김형민 기자

입력 2021-07-07 03:00 수정 2021-07-07 03:1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감사원, 사모펀드 감시태만 관련 징계대상서 책임자 빼 반발 확산
원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 두달째… 가상화폐 등 현안 감독 차질우려


왼쪽부터 최홍식, 김기식, 윤석헌

악재가 겹친 금융감독원이 흔들리고 있다. 두 달째 ‘수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부실의 책임을 물어 실무직원에게만 중징계를 내린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금감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신뢰가 생명인 감독당국의 위신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 공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원장·부원장은 징계 피해가”…감독당국 위신 흔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7일이면 금감원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두 달이 된다. 금감원은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5월 7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김근익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차기 원장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노조 반발, 금융위원회의 반대 등으로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줄줄이 낙마한 영향이 크다.

금감원 출범 이후 역대 최장 기간 원장 공백이 이어지면서 뒤숭숭했던 직원들은 전날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 크게 동요하고 있다. 감사원이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소홀과 태만을 지적하면서도 당시 책임자였던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전 부원장은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수석급 실무직원 2명에게만 중징계인 ‘정직’을, 관리자급 직원 2명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금감원의 한 직원은 “윤 전 원장과 원 전 부원장은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본인들의 책임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했다. 결과적으로 징계까지 피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원은 “권한이 없는 일선 실무진이 책임을 떠안게 됐다”며 “앞으로 직원들이 누굴 믿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감독당국의 위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관리 책임을 물어 무더기로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의 조직관리 책임은 금융사에만 적용되느냐”며 “당국이 금융사 CEO들에게 부실 금융상품 판매책임을 물을 명분과 정당성이 힘을 잃게 됐다”고 했다.

○ 원장 공석 장기화…“업무 차질 우려”
정직 처분을 받은 금감원 직원은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할 때 원장이 국회와 감사원을 돌며 징계 수준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지금은 공석이어서 이런 일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감독당국의 위신을 바로 세우려면 차기 원장 선임이 시급하지만 수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초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 전 부원장(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김종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추천을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 출신들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했고 관료 출신들은 내년 3월 대선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할 공산이 커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안팎에선 현행 대행 체제가 정권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무대행 상태에서는 의사 결정이나 업무 추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상화폐 규제를 비롯해 가계부채 관리, 금융사 종합검사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