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석탄公 ‘꼼수 지원금’… 정년 6개월도 안남은 98명에 1억~3억 지급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7-06 03:00 수정 2021-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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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빚 석탄公, 전업지원금 방만 운용


부채가 2조 원이 넘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공기업 대한석탄공사의 지난해 퇴직자 10명 중 7명이 정년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억대의 조기 퇴직 전업지원금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금은 석탄발전 감축 정책으로 어쩔 수 없이 조기 퇴직하는 직원들의 전업을 돕기 위해 마련됐는데 정년이 임박한 퇴직자들의 ‘꼼수 퇴직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2020년 대한석탄공사 감산으로 인한 퇴직자 명단’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공사 퇴직자 137명이 총 295억400만 원의 전업지원금을 지급 받았다. 퇴직금과 별개로 1인당 평균 2억1500만 원이 지급된 셈이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는 직원은 3억3780만 원을 받아갔다.


전업지원금은 퇴직금과는 별도로 지급되는 일종의 ‘위로금’이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방안’이 도입된 이후 석탄 수요가 급감하며 구조조정된 직원에게 위로금 차원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채탄, 운반, 보갱 등 직접적인 탄광 업무 외에도 사무, 경비 등 일반 업무 직원들도 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퇴직자의 상당수가 조기 퇴직과는 거리가 먼 사실상의 정년 퇴직자라는 점이다. 지난해 전업지원금을 받아간 퇴직자의 72%인 99명은 정년이 6개월도 남지 않은 ‘무늬만 조기 퇴직자’들이었다. 전업지원금은 근무기간이 길수록 많아지는 구조다. 정년 6개월 미만 퇴직자 중 비정규직 직원 1명을 제외한 98명이 최소 1억200만 원에서 최대 3억300만 원까지 억대의 지원금을 받아갔다.

감사원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2008년 석탄공사가 조기 퇴직자의 잔여 근무기간을 따지지 않고 최대 41개월 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며 2010년 제도를 보완했는데 정년 1년이 남지 않은 경우 3개월치 월급을 삭감하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정년이 임박한 ‘무늬만 조기 퇴직자’들이 정부의 방관 속에서 10년 넘게 퇴직금과 별도로 전업지원금을 받아가게 됐다. 2018∼2020년 3년간 지급된 석탄공사의 전업지원금만 1151억 원, 1인당 평균 실수령액은 1억7000만 원이다. 석탄업계 관계자는 “석탄공사 조기 퇴직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데 현행법상 문제가 없고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정부도 쉽사리 제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탄공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진행되다 보니 노사가 협의해 고령자 위주로 지원금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석탄 산업이 침체하며 매년 수백 명이 구조조정되고 있는 석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석탄공사 자산은 9100억 원이지만 부채는 2조1100억 원이다. 수십 년째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석탄공사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015년부터 매년 D(미흡), E(매우 미흡) 등급을 받아오다 올해 6년 만에 C(보통) 등급을 받았다. 석탄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는 1등급을 받았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정부가 ‘배임’ 행위에 가까운 석탄공사의 지원금 지급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2017년 기준)는 23.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3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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