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빠진 ‘괴짜’… “계족산에선 대통령보다 유명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07-03 14:00:00 수정 2021-07-03 21:15:35

“우리 둘째 형님이 고향인 경남 함안에만 가면 아버지 산소 갈 때 소주병을 들고 뛰어 올라갔어요. 괴짜였죠. 일찍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셋째 형님은 축구 국가대표까지 했는데 1998년 중풍으로 쓰러졌어요. 그 형님도 달리기 시작했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형님들 따라 달렸고 다양한 마라톤대회에 출전했습니다.”
그 때부터 달리는 것은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달리면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기가 비워집니다. 비워야 채워지듯 달리고 나면 에너지가 충만해집니다. 전 기분이 안 좋으면 달립니다. 그러면 의욕이 없다가도 생기가 넘칩니다. 마라톤은 제 인생은 물론 사업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달리면 생각도 바뀝니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조 회장은 ‘괴짜’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일을 했다. 대전 계족산에 황토를 깔아 맨발 걷기 및 마라톤의 성지로 만든 게 대표적이다. 2004년 (주)선양주조를 인수한 조 회장은 2006년부터 계족산 14.5km 임도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고 달릴 수 있게 했다. 첫해 2만여 톤, 이후 매년 2000여 톤을 추가로 뿌리고 관리한다. 보수공사 및 비온 뒤 정비 등 연간 10억 원이 들어간다. 계족산은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조 회장이 계족산에 나타나면 모든 사람이 알아본다. 그는 “계족산에선 제가 ‘대통령’보다 더 유명하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계족산을 찾아 즐겁게 걸으며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2013년 (주)선양주조의 사명을 맥키스컴퍼니로 바꿨다. 맥(脈·이을 맥)과 KISS를 혼합해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8년 소주 ‘O2린’을 ‘이제우린’으로 바꾼 것도 단순히 술을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였다.
조 회장은 2016년부터 1월 1일 오전 11시 11분 11초에 맨몸으로 대전 갑천변을 7km 달리는 대전맨몸마라톤도 개최하고 있다. “새해만 되면 해돋이를 보러 바닷가로 가는데 해가 안 뜨면 실망이 크다. 그래서 그럼 아예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뜻있는 마라톤 대회를 열면 어떨까 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2019년엔 참가한 5세에서 12세 어린이들에게 세뱃돈 3만 원씩을 주기도 했다. 그날만 세뱃돈으로 2100만 원을 썼다. “아이들이 달리니 너무 좋아서”라고 했다.
태안반도에서 열렸던 샌드비스타 맨발마라톤, 현재 인도양 세이셸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셸에코힐링마라톤 등 다양한 대회를 만들었다. 그는 “어, 이거 재미있겠네 하면 만들었다”고 했다. 고향 함안에도 에코씽씽뚝방마라톤 대회를 만들었는데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없어졌다고 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는 ‘괴짜왕 조웅래’라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고 사람들 사는 게 힘들어져 뭔가 새로운 것으로 즐거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달리며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명소를 가서 직접 달리면서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국 나이 65세가 되면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달리는 ‘마라투어(마라톤+투어)’를 하겠다고 한다.

“2018년 예비 사위가 찾아 와 딸하고 결혼하겠다고 하기에 그럼 하프코스를 달려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어요. 그해 9월 2일 예비 사위가 저랑 하프코스를 완주했고 9월 29일 결혼했습니다. 올 11월 아들이 결혼하는데 예비 며느리에게 10km를 완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 회장은 가족과 함께 하는 ‘말아먹는 여행’을 만들었다. 마라톤과 먹거리를 합친 조어다.
“회사 일만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 순간 저 혼자만 외톨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와 딸, 아들 셋이선 잘 뭉치고…. 야,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출가하기 전에 가족 전체가 함께 할 일을 찾았어요. 그래서 지역 명소를 방문해 맛있는 것도 먹고 마라톤도 달리는 여행을 만들었습니다.”
말아먹는 여행을 한 지 6년이 넘었다.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다. 사위도 함께 하고 있고 며느리도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 2019년 환갑을 맞아선 미국 하와이를 ‘말아먹고’ 왔다. 그 때 아내와 사위가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맥키스컴퍼니에서는 정식 사원이 되려면 10km를 완주해야 한다. 조 회장은 2005년부터 일명 면수습 마라톤대회를 만들었다. 수습을 떼는 사원과 기존 선배 사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10km를 달리는 행사다. 10km 완주한 수습사원에게 사령장을 준다. 지금까지 완주 못한 사원은 단 한명도 없다. 이렇게 마라톤을 강조하는 이유는 준비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인생은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10km든 하프코스, 풀코스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완주를 못합니다. 인생도 준비 안하면 힘듭니다. 마라톤 완주를 준비하면서 심신이 건강해고 에너지도 얻습니다. 완주하고 나면 자신감도 생깁니다. 또 마라톤은 소통입니다. 함께 달리면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조 회장은 마라톤을 즐기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제가 마라톤 입문해 2003년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23분의 풀코스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고 지금도 3시간 30분 정도에 완주하지만 절대 무리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 매주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도 있는데…. 망가진 사람도 많죠.”
21년간 풀코스 80회 완주니 연간 4~5회만 풀코스를 달린 셈이다. 울트라마라톤 등 무리해야 하는 레이스는 아예 참가하지 않는다. 부상 방지 노력도 열심히 한다.
“90살까지 풀코스를 달리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찾았더니 요가가 보였습니다. 요가는 몸을 유연하게 해주고 근력도 강화시켜줍니다. 요가 한지 5년 됐는데 키가 1cm 컸고 근육량도 4.2kg 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요가 한 뒤 부상이 없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뜻 깊은 기부도 하고 있다. 1km를 달릴 때마다 1만 원을 적립해 대전 충청 지역 중증장애인시설에 체중계를 보내준다. 그는 “마라톤은 신이 내려준 최고의 보약이다. 난 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장애로 달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다”고 했다. 중증장애인은 한달에 2, 3번 체중을 체크해야 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젤 수 있는 전문 체중계가 없으면 힘들다는 한 시설 원장의 편지를 받고 시작했다. 체중계 하나에 152만 원. 조 회장은 한달 평균 150km 이상을 달리니 매월 한 개씩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5월에만 237km를 달렸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영난에도 지난해와 올해 5억 2000여 만 원의 지역사랑 인재 육성 장학금을 마련해 지역민을 돕고 있다. ‘이제우린’ 소주 1병이 팔릴 때마다 5원을 장학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조 회장은 말한다.
“제가 마라톤으로 심신이 건강하니 사업도 잘 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으로 얻은 혜택, 남들에게도 계속 전해주겠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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