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깎기’ 재입찰 논란…대우건설 매각 ‘삐그덕’

뉴시스

입력 2021-07-02 17:07 수정 2021-07-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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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업체 간 가격차 5000억…'비싸서' 재입찰
꼭 매각하고픈 KDBI, 무리수 두다 스텝 꼬여
노조 "입찰방해·배임죄…국정감사 심판해야"



대우건설 매각 절차에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 간 가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KDBI)에 입찰 방해와 배임죄를 들먹이는 상황이다.

2일 투자은행(IB)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이자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I는 대우건설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 재입찰을 통보했다.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매각가는 약 2조1000억원이었다. 그러나 막판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중흥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대방과의 가격차가 너무 크자 인수 포기라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뤄지는 재입찰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에 꼭 매각을 성공하고 싶은 KDBI가 무리수를 둬 스텝이 꼬였다는 분석이다. 산은은 2011년 대우건설을 떠맡은 뒤 2017년 매각을 시도했다. 2018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해외사업장 부실이 드러나면서 인수를 포기했었다. 이번 매각 작업은 산은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I가 전면에 나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의 연결실적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5583억원으로 전년보다 53.3% 늘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29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9.7% 급증했다. 해외부실사업장도 정리됐고, 수주 실적도 좋아 현재가 매각 적기로 평가된다.

두 업체의 가격차가 큰 만큼 중흥이 더 비싼 가격을 써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더 높은 가격을 써내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된다면 모르겠지만, DS네트웍스 측이 같은 가격을 제시하고 중흥만 가격을 낮춘다면 산은 측은 더 싸게 팔기 위해 재입찰을 진행한 꼴이 된다.

당장 대우건설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어떤 국가에서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며 “산은과 KDBI를 국정감사에서 심판하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입찰가를 높게 써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 특혜매각”이라며 “명백한 입찰방해이자 배임죄에 해당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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