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미뤄둔 결혼식 앞두고… 불길 뛰어든 20대 소방관 순직

울산=정재락 기자

입력 2021-07-01 03:00 수정 2021-07-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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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화재현장서 화염 휩싸여
중화상 입고 치료받다 끝내 숨져
2일 영결식… 1계급 특진 추서



지난달 29일 오전 5시 20분경 울산 중구 성남동 상가 3층 미용실. 울산중부소방서 배정훈 소방장(42) 등 대원 5명이 불길을 헤치고 미용실로 뛰어들었다. 아직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 수색에 나선 지 5분이 지났을까 ‘펑’ 하는 소리가 잇달아 들렸고 순식간에 불길이 대원들을 덮쳤다. 미용실에 있던 헤어스프레이가 고온에 터지면서 화염에 휩싸인 것이다.

선임인 배 소방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뛰어내려”라고 소리쳤다. 막내 노명래 소방사(29·사진)는 다른 대원에 비해 부상이 심했다. 배 소방장은 에어매트가 깔린 창문 밖으로 노 소방사를 밀어낸 뒤 마지막으로 3층에서 뛰어내렸다.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대원 5명 모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등과 팔에 2도의 중화상을 입은 노 소방사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30일 새벽 숨졌다. 배 소방장의 아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화상으로 입원 중인데, 후배가 숨졌다는 말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 가슴 아파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숨진 노 소방사는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특전사 중사로 전역한 뒤 지난해 1월 구조특채로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소방관이 되고 나서야 올 2월 여자 친구와 혼인 신고를 했고, 10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왔던 결혼식도 올릴 예정이었다.

노 소방사와 동기인 김태민 소방사(29)는 “늘 웃고 주변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해 선후배들이 모두 좋아했다”며 “쉬는 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훈련할 정도로 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 소방사의 영결식은 2일 오전 10시 울산시청 광장에서 울산광역시장(葬)으로 열린다. 울산소방본부는 순직한 노 소방사에게 1계급 특진을 추서할 계획이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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