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청년’ 맞춤형 지원으로 돕는다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7-01 03:00 수정 2021-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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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0명 대상 특화프로그램
작년 구직단념 60만명, 2030이 절반…고립청년엔 심리상담-진로탐색
은둔청년은 온라인 교류 등 지원…부모 등 가족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



“성적에 맞춰 부모님의 뜻대로만 살아왔는데, 막상 뭘 하려고 해도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2019년 서울시가 진학이나 구직 등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른바 ‘고립청년’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을 때 신청자 상당수는 자신들의 고립 원인을 “남의 뜻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다양한 사연이 있었지만 성장기 때 부모가 억지로 권해서 진로를 선택했던 청년들이 학창시절을 의미 없게 보내면서 방황이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며 “사회 진출을 포기한 고립청년은 물론이고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으려는 ‘은둔청년’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전했다.


○ 60만 명 넘어선 구직 단념자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안에 구직 경험이 있는 사람 중 취업 가능성이 있는데도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구직 단념자’는 지난해에만 60만5000명에 달했다. 2017년 48만 명 수준에서 3년 만에 12만 명 이상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한창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20, 30대 청년이다.

이처럼 청년세대가 사회 진출을 하지 않고 은둔이나 고립을 선택한 것은 과도한 입시 경쟁 등 사회구조적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서울시는 분석하고 있다. 양성만 서울시 청년정책팀장은 “학창시절 겪은 입시경쟁이나 가족 갈등 등이 사람에 따라 좌절감, 고립감 심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관계 형성이나 집단 참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립 또는 은둔을 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 위기 놓인 고립청년 지원

일본에선 이미 큰 사회적 문제가 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최근 국내에도 눈에 띄게 늘면서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지원 프로그램은 구직을 꺼리는 고립청년과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은둔청년으로 나누어 각각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고립청년들에겐 사회 진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원하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심리상담과 함께 진로적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반면 바깥 활동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 자체를 꺼리는 은둔청년을 상대로는 온라인 교류 프로그램을 하고 천천히 집 밖으로 활동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 등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다 극복한 멘토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경험담 위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 거주 만 19∼34세 청년과 그 가족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서울청년포털을 통해 신청 가능하며 집중 모집기간은 7, 8월 두 달간이다. 이후에도 12월까지 수시로 접수한다.

청년청 관계자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방치할 경우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가족 등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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