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 손잡는 꼬마빌딩… “공실 걱정 덜었어요”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7-01 03:00:00 수정 2021-07-01 11: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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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건물에 공유오피스 업체 떴다

올 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꼬마빌딩’을 사들인 A 씨는 공실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건물 8개 층 가운데 2개 층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그나마 입주한 곳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월세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유명 음식점 등을 유치하려 발로 뛰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올해 5월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역삼3호점’을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하기 전후의 모습. 스파크플러스 제공
그는 이 건물에 공유오피스를 들이면서 이런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었다.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인 ‘스파크플러스’와 함께 건물 2~8층을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한 것. 운영까지 이곳에 맡겼다. 지난달 문을 연 공유오피스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로 채워졌다. 임대료 역시 전보다 20%가량 늘게 됐다. 그는 “빌딩을 매입가보다 60억 원 비싸게 사겠다는 문의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꼬마빌딩 등 중소형 빌딩 건물주들이 공유오피스 업체와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상권이 고전을 겪으면서 비어있던 건물 공간을 공유오피스가 꿰차고 있는 것. 공유오피스 수요가 높아지자 과거 스타벅스처럼 공유오피스가 건물 몸값을 높이는 ‘키 테넌트(핵심 임차인)’로 꼽히고 있는 셈이다.

30일 부동산 업계와 공유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공유오피스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형 빌딩이다. 기존 공유오피스가 대로변 대형 빌딩에 들어서 입주사들에 재임대했다면 최근에는 공유오피스 업체가 직접 건물 리모델링을 하고 이후 임대와 관리까지 도맡고 있는 추세다. 건물주에게 고정 임대료를 내지 않는 대신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스타벅스식 모델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서울 강남구 ‘패스트파이브 삼성4호점’.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하기 전후의 모습. 패스트파이브 제공
이런 방식은 국내 공유오피스 1위(지점 수 기준)인 ‘패스트파이브’가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꼬마빌딩에 처음 도입했다. 건물이 통째로 공실이던 이 건물은 패스트파이브 ‘삼성4호점’으로 리모델링한 지 2개월 만에 공실률 0%가 됐다. 이후 패스트파이브는 중소형 빌딩 임대인과 함께 8개 지점을 추가로 열었다. 공유오피스 2위 업체인 스파크플러스도 지난달 역삼3호점에서 처음 중소형 빌딩주와 협력하고 지점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꼬마빌딩 건물주들이 공유오피스와 손잡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커진 공실 리스크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9%로 지난해 1분기(7.9%)보다 1%포인트 올랐다. 절반 이상이 공실인 건물은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로 실제 공실은 더 심각하다. 서울 강남, 종로 등 주요 도심에서도 통째로 빈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택에 대한 잇따른 규제로 지난해부터 중소형 빌딩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영향도 있다.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서울 중소형 빌딩(매매가 200억 원 이하)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4249만 원으로 3년 전(2595만 원)보다 63.7% 올랐다. 건물주들이 이전보다 웃돈을 주고 매입했지만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자 타개책으로 공유오피스 유치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이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유오피스를 거점 오피스로 활용하거나 아예 사옥을 없애고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소 벤처기업 위주로 다른 기업과 공간을 공유하지 않고 건물 한 층에 통으로 입주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이준섭 스파크플러스 사업개발 그룹장은 “대형 빌딩보다는 중소형 빌딩이 적합해 중소형 빌딩주와 협력해 추가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며 “건물주들의 공실 고민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건물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유오피스 입점 후 자산 가치가 급등한 사례도 적지 않다. 배우 소지섭 씨가 2018년 매입했다가 1년 만에 되판 일명 ‘소지섭 빌딩’(서울 강남구 역삼동)이 대표적이다. 부동산업계는 패스트파이브 입주 전 64%에 달했던 공실률이 현재 3%로 크게 낮아지면서 100억 원가량 가치가 오른 것으로 추산한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수년 전 10억 원대에 매입한 건물에 공유오피스를 유치한 뒤 70억 원대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건물주도 있다”며 “공유오피스에 협력을 제안하는 건물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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