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 버전 셰익스피어 작품 연기 설레요”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6-30 03:00 수정 2021-06-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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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코리올라누스’로 돌아온 남윤호
英왕립연극학교서 연기 갈고닦아
“상대 장군과 말로 대적하는 말의 액션 주목해주세요”


남윤호 배우는 “팬데믹 기간 영국에 머물며 고독, 외로움, 동양인을 향한 증오범죄와 맞서야 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곳에 살던 코리올라누스를 보며 나 자신을 떠올렸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앤서니 홉킨스, 톰 히들스턴, 레이프 파인스, 로저 무어….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국왕립연극학교(RADA)에서 연기를 갈고닦았다. “입학 후 선배 톰 히들스턴, 레이프 파인스의 연기를 보고 전율했다”는 남윤호(본명 유대식·37)는 2017년 한국인 최초로 RADA에 합격해 당시 큰 화제였다.

그 후로 4년. 누군가의 기억 속엔 연극 ‘에쿠우스’의 주인공 ‘알렌’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배우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아들로 남아 있던 남윤호가 연극 ‘코리올라누스’로 돌아왔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으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그는 주인공 코리올라누스를 연기한다. 다음 달 공연을 앞두고 24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배신, 음모, 복수 코드를 비롯해 정치극의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다. 잿빛 무대에서 ‘누아르 버전’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기할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저를 보는 시선을 신경 쓰느라 부담이 심했을 것이다. 지금은 배우 남윤호를 무대에 어떻게 제대로 세울지 고민한다”고 답했다.

연극 코리올라누스는 실존 인물을 토대로 셰익스피어가 극화한 작품이다. 로마 영웅이었던 장군 코리올라누스는 호민관의 반대로 집정관에 추대되지 못하고 쫓겨난다. 이후 적과 힘을 합쳐 자신을 내친 조국과 싸우다 파멸로 치닫는다. 셰익스피어 대가로 불리는 양정웅 연출가가 작품을 맡았다.

남 배우는 제작진과 상의해 영국에서부터 길러온 머리와 수염을 유지하며 분장에 활용하기로 했다. 군인다움,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장발 코리올라누스는 아마도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웃었다. 적국의 장군 ‘오피디어스’ 역할의 김도완 배우와는 2012년 함께 데뷔하며 숱하게 호흡을 맞춘 각별한 사이. 극에서 둘은 적에서 동지가 되는 애증관계다. 남 배우는 “격투 장면도 있지만, 극에서는 두 인물이 몸보다는 말로 대적하는 ‘말의 액션’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2017년 한창 대학로에서 활약하던 그는 영국으로 떠난 뒤 2020년 연극 ‘언베리드(Unburied)’로 두 번째 데뷔를 맞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는 그는 팬데믹으로 한국행을 택했다. 귀국 후 달라진 점 하나. 그는 연습실에서 무조건 검은색 옷만 고집한다. “영국에서 한 스승이 ‘옷에 색이나 무늬가 있으면 온전한 너를 볼 수 없다’고 했어요. 장점이든 단점이든 제 진짜 모습을 잘 드러내야 연기도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서지만 결코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연극을 대하는 태도다. 데뷔 후 늘 ‘지독하다’는 소릴 듣고 자란 그다. “대선배, 명배우를 보면 저보다 훨씬 지독하게 몰두해요. 그토록 지독한 배우(아버지)가 저희 집에도 계시거든요. 하하.”

7월 3∼1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4만·6만 원. 16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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