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좌표 남동쪽으로 365m 내려간 까닭은?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6-29 11:36 수정 2021-06-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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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도 110년만에 일제 청산…도쿄→세계표준 기준으로

세계측지계 변환 전후 위치 변화(국토교통부 제공)

오늘부터 지적도 토지대장 등에 표시된 우리집 위치(좌표)가 남동쪽으로 365m 정도 내려가게 됐다. 정부가 지적도면을 작성하는 기준점을 일본 도쿄에서 세계 표준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제가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1910년 도입해 지난해까지 110년간 사용했던 측정기준(도쿄 측지계)을 완전히 청산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계표준을 이용함에 따라 인공위성이 보내는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활용한 택지개발 설계 등이 가능하게 됐다. 정부가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추진하는 지적재조사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 110년 만에 바뀐 위치기준
국토교통부는 바뀐 기준점을 토지대장 임야대장 등 지적공부에 적용해 등록하는 작업을 모두 완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일제 강점기 때 도입된 도쿄 측지계를 활용한 토지측량 값(좌표)과 1990년대 이후 정부가 도입한 세계표준 측지계를 이용한 측량 값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시작됐다.

도쿄 측지계는 일본의 도쿄를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일제는 우리나라에서 토지 수탈을 하기 위해 도쿄 측지계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모든 토지를 측량했다. 우리 정부는 그 결과로 만들어진 지적도면을 최근까지 사용했다.

당시 기술로는 둥근 지구를 한꺼번에 측량할 수가 없었다. 나라마다 측량 기준점을 만들어서 사용한 이유다. 그런데 최근 GPS(위성항법장치)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구 전체를 동일한 기준으로 측량하는 게 가능해졌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군사기술로 개발된 위성기술이 사업적으로 활용되면서 ‘세계 표준 측지계’를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다.

세계표준 측지계는 기준점이 지구의 중심이다. 결국 지역마다 다른 기준을 사용해 측정한 값과 세계표준 측지계가 측정한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쿄 측지계와 세계표준 측지계는 약 365m의 평균 편차가 발생한다.

● 좌표값 바뀌지만 면적은 그대로
정부도 이를 고려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에 걸쳐 전국 지적도면 약 70만 장의 위치기준을 도쿄 측지계에서 세계표준 측지계로 바꿨다. 그리고 이번에 이런 결과를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3600만 필지의 지적공부에 반영하는 작업도 끝냈다.

이번 조치로 지도상에 표시되는 토지의 위치가 바뀌거나 권리면적, 토지소유권과 그 이외의 권리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위도와 경도와 같은 좌표 값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우선 국제 표준의 측량기술 및 제도 등을 갖추게 되어 세계의 모든 나라와 기술 및 정보교류가 가능해지고 최첨단 위성측량의 활용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인공위성 기반의 최첨단 위치정보를 지적측량에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측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제공하는 토지 등 소유권 정보의 정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은 도교 측지계를 기준으로 작성된 지적공부 상 정보를 변환해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안정훈 국토부 지적재조사기획관은 “지적공부를 세계표준 측지계로 변환하는 작업이 완료됐다는 것은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의미 외에도 포털지도, 내비게이션 등 일상생활 속에서 공간정보를 이용한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LX 한국국토정보공사가 2030년 완료를 목표로 2012년부터 추진 중인 지적재조사 사업에도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이 사업은 종이지적도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지적도와 일치하지 않는 토지(전국토 면적의 15%)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만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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