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시장 롤러코스터… 거래소 “20여개 종목 감시”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6-28 03:00 수정 2021-06-28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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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상위 10개 평균 상승률 129%…이달엔 59개 스팩 평균 15% 하락
470% 급등 ‘삼성머스트스팩5호’ 23일부터 3거래일간 21% 떨어져
美스포츠스타들도 뛰어들며 열풍, 스팩 상장 급증… 美당국, 위험경고
전문가 “고평가 종목 많아 투자 주의”



‘세계 최대 명품회사 프랑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 농구 스타 샤킬 오닐….’

아르노 회장 등 세계적 기업인부터 오닐 등 유명 스포츠 스타까지 투자에 뛰어들며 과열 양상을 보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시장이 국내에서도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스팩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는 서류상의 회사인데, 통상적으로 우량 비상장 기업과의 M&A 소식이 들리면 가격이 오른다. 최근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광풍이 불며 가상화폐처럼 특별한 호재 없이도 가격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자 한국거래소는 “20개 이상의 스팩을 기획 감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거래소 “20개 이상 스팩 감시”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5일 현재 국내에 상장된 59개 스팩(유가증권시장 1개, 코스닥 58개)의 평균 주가는 지난달 말 대비 15.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이 3.09% 오른 것과 비교된다. 17일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따상상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4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하며 4거래일간 470% 올랐다가 23일부터 25일까지 3거래일간 21.32% 하락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5월 이후 코스피 수익률이 둔화하고 가상화폐 가격도 하락하자 스팩에 투자금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상위 10개 스팩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29.8%로 나타났다.

스팩 시장이 과열되고 주가가 널뛰기를 하자 한국거래소는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여 개의 스팩에 대해 시세 조정, 미공개정보이용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스팩(59개)의 상당수가 감시 대상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9년 59개였던 스팩 상장은 올 1분기(1∼3월) 296개로 늘었다. 투자금 쏠림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팩 투자의 위험을 경고했다.

○ “몸값 뛰자 가격 하락 압박 커져”
스팩은 증권사가 신주를 발행해 공모 자금을 모아 먼저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 M&A에 나선다. M&A 대상 비상장 기업은 1∼2년 넘게 걸리는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지 않고도 간편하게 우회 상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들도 스팩을 통해 M&A에 간접 참여하고 상장에 따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스팩의 몸값이 너무 오르면 원래 목적인 비상장 기업 M&A가 어려워져 가격 하락 압박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스팩과 비상장 기업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정하는데, 스팩의 시총이 커지면 합병 대상 기업은 자신들이 가져갈 지분이 줄어 스팩을 통한 상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증시 전문가들은 스팩 가격은 공모가인 2000원 선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25일 종가 기준 스팩 주가는 평균 2570원이었다. 지난달 말에는 2967원까지 올랐다.

스팩의 합병 성공이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것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이후 225개 스팩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합병에 성공한 종목은 121개(53.8%)였다. 스팩이 3년 안에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팩 특성상 고평가된 종목이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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