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간직하고 싶은 진한 맛, 겹장의 지혜로 지켜온 ‘씨간장’

전남 담양=박영철 기자 , 경기 양주=장승윤 기자

입력 2021-06-26 03:00 수정 2021-06-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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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정성스레 잘 담가진 간장이 자연에서 비롯된 오묘한 검은 빛깔을 뽐내고 있다.

전남 담양의 기순도 전통장 명인이 직원들과 함께 손수 담근 간장을 살피고 있다.
간장은 한국적인 맛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醬)이다. 맛있게 숙성된 간장에서는 감칠맛이 더해진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간장은 쓰임새에 따라 국간장, 진간장, 양조간장, 집간장, 조선간장 등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개념을 가지는 간장이 존재한다. 바로 ‘씨간장’이다. 씨간장은 말 그대로 간장의 씨앗, 맛의 기본이 되는 종자 역할을 담당한다.

햇간장과 씨간장 섞는 ‘겹장’으로 맛과 양 유지


메주를 말리기 위해 볏짚으로 싸고 있다.
씨간장의 훌륭한 맛을 지키기 위해 우리 선조들은 ‘겹장’이라는 지혜를 발휘했다. 사용한 만큼 또는 시간 따라 자연스레 날아간 수분의 양만큼 매년 새로 담근 햇간장을 조금씩 첨가해 균일한 맛과 양을 유지한 것이다. 자연에서 발견한 법칙에 사람의 정성을 더해 씨간장을 지켜왔다.

오래된 간장이 아닌 ‘풍미가 좋은 간장’

장의 상태를 살피는 기순도 명인.
씨간장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오래된 간장’이라는 생각이다. 씨간장은 단순히 100년, 200년 이렇게 오래된 간장이 아니다. 씨간장은 간장의 종자가 되는 개념이어서 시간은 중요치 않다. 다시 말해, 맛있는 간장의 씨앗이 되는 풍미가 좋은 간장이지, 무작정 오래되기만 한 간장이어서는 안 된다. 조상들은 맛있는 간장을 선별해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따라서 씨간장의 정의는 ‘오래된 간장’이 아니라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간장의 맛을 살리고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붉은 고추와 숯을 독에 넣고 있다.
씨간장 독 아래 가라앉은 소금 결정체(염석), 나트륨은 적고 감칠맛이 좋은 천연 조미료다.
경기 양주 (사)한국장류발효인협회에서 최근 수강생들이 늘어나 장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전남 담양=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경기 양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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