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주인찾기 나선 대우건설, 이번에는 성공할까

황재성기자

입력 2021-06-25 11:56 수정 2021-06-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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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전경. © 뉴스1

대우건설 인수전에 중견건설업체인 중흥건설과 부동산투자회사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주관사는 두 회사에 대한 심사를 거쳐 다음달 우선협상자가 선정되고, 이르면 연내 매각 작업이 끝낼 방침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와 매각주관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입찰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응찰했다.


그동안 인수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던 호반건설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ADIA)’,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 등은 모두 불참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새로운 주인 찾기 작업은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 2개 업체 참여, 연내 사업자 선정 목표
이번 매각은 예비입찰과 실사를 생략하고 바로 본 입찰이 진행된다. KDB인베스트먼트와 BOA메릴린치는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매각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여러 조건을 고려하기보다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대우건설 인수금의 절반을 책임지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FI)로 컨소시엄에 합류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인프라 전문 투자사 IPM이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에 기반을 둔 중흥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단에 자산총액 9조2070억 원으로 47위에 랭크된 중흥그룹의 일원이다. 계열사로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인 중흥토건 등 30여 개의 주택·건설·토목부문 회사가 있다. 자체 주택 브랜드인 ‘S-클래스’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중 누구든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된다면 국내 건설업계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이 매출(2020년 기준)이 8조 원을 넘는데다 국내 건설시장에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줄곧 5위권 이내에 머무는 ‘거물’이기 때문이다.

● 세 번째 주인 찾기, 이번에는 성공할까

대우그룹과 함께 한 때 국내외 건설시장을 주름잡던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대우건설은 1973년 대우실업이 영진토건을 인수한 뒤 설립한 회사다. 이후 1970~90년대 말까지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어간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특히 시공능력에서 건설업계에서 최정상급으로 평가받았고, 해외시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976년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고 그 해 남미의 에콰도르에 첫 해외공사를 수주했다 이듬해인 1977년에는 수단 영빈관 공사를 따내며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에 진출했고, 동시에 국내 최초로 리비아에도 진출했다.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했지만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 기업구조조정(워크아웃)을 받는 처지에 놓인다. 그리고 7년 뒤인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넘어갔다. 하지만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사업 확장을 추진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에 쓰러지면서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이후 2018년 1월 진행된 공개입찰에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호반건설은 인수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해외공사 현장 부실이 드러나자 대상자로 선정된 지 8일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해당사업은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이다. 사업 규모 2조 원인 이 현장의 발전 보일러(터빈)에서 결함이 발견되면서 보일러를 새로 발주해 시운전을 마치는 데만 1년가량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하루 약 2억5000만 원의 지체보상금을 포함해 총 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호반건설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 해당 사업장의 손실을 확인하고 인수 여부를 재검토했는데, 부실 자체가 클뿐더러 향후 다른 사업지에서도 비슷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인수를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 누가 인수하던 건설업계 지각변동

대우건설이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되면 국내 건설업계는 물론 재계의 판도에 적잖은 파장이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건설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르다. 국내에서 건설업체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우건설은 2000년 이후 2019년까지 5위 안에 머물렀다. 특히 2006~2008년까지는 전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실시한 빅데이터 분석에서 현대건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5월 16일부터 6월 16일까지 건설회사 브랜드 30개의 빅데이터 3000만여 개를 분석한 결과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즉시 업계 위상이 수직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의 경우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3위에서 3위로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됐다.


● 가시지 않는 ‘승자의 저주’ 우려

한편 대우건설 인수 과정이 지나치게 졸속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 노조도 최근 성명을 내고 “매출액 8조 원이 넘는 건설사의 인수금액을 25일 만에 결정해 입찰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또다시 잘못된 매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현재 추정되는 대우건설 매각가격은 2조5000억~3조 원대에 달한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3년 만에 재매각한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승자의 저주’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지 20년 넘게 제대로 된 주인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도 국내 최고 건설업체 자리를 지켜왔다”며 “이런 역량과 직원들의 노고를 충분히 살려줄 수 있는 인수자가 나타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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