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고속철 타고 비빔밥 한 그릇… TGV 식당칸서 한식 판매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06-24 17:09 수정 2021-06-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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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을 통해 프랑스 곳곳에 ‘한국의 맛’을 전파하겠습니다.”

2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역에 막 도착한 고속철 떼제베(TGV) 식당칸에서 만난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부아예 씨(41)가 강조한 말이다. 9일부터 올해 말까지 떼제베, 저가 고속철 ‘위고’에서는 닭고기를 곁들인 비빔밥, 두부를 넣은 파스타, 김치를 첨가한 렌틸콩 샐러드 등 그가 만든 3가지의 퓨전 한식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떼제베를 운영하는 철도공사(SNCF)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식당칸을 폐쇄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9일 영업을 재개했고 새 메뉴로 부아예 씨의 한식 도시락을 선보였다. 가격은 13.9유로(약 1만8800원). 부아예 씨는 “채 2주도 못 되는 기간에 벌써 3만5000여 개가 팔렸다”며 고객의 호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7살에 프랑스로 입양된 부아예 씨는 양부모를 기쁘게 해줄 방법을 고민하다 요리에 빠졌다. 몽펠리에대에서 요리를 전공했고 2011년 요리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셰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스타 셰프로 도약했다. 현재 파리에서만 5곳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 세계적 스타 셰프와 협업해 온 SNCF는 지난해 9월 부아예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 SNCF가 세계 미식가의 성서(聖書)로 불리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지 않은 셰프와 협업한 것도 처음이다. 부아예 씨는 좋은 기회임에도 선뜻 내키지 않는 마음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음식을 직접 조리해서 바로바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미리 다량으로 만들어 판매하다보면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한국인 아내 김희진 씨가 “한국의 맛을 프랑스 시골 구석구석까지 전해보자”라고 권유했고 마음을 돌렸다.

부아예 씨는 “정통 한식 비빔밥은 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쓰지만 열차 도시락의 특성 상 차갑게 먹어도 괜찮은 음식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닭고기 비빔밥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김치의 면역 효과 등이 주목받는 등 프랑스의 한식 인기가 뜨겁다며 “새로운 요리를 먹는 것은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 한식 재료와 한국의 맛을 살린 새 요리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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