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내장 환자, 일상 속 안전사고 위험 줄이려면

동아일보

입력 2021-06-24 10:57 수정 2021-06-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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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환자와 문진을 진행하다 보면, 백내장 증상이 나타난 후 일상생활 중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환자에게 익숙한 주거 공간부터, 도로나 인도 등 외부 공간까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장소도 다양하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눈의 기능이 퇴행되는데, 백내장까지 발병할 경우 더 많은 시각 기능이 저하돼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백내장 증상으로는 대비감도 저하가 있다. 대비감도란 빛의 세기를 구별하는 능력으로, 일상에서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백내장으로 인해 대비감도가 저하되면 주변의 밝기에 영향을 더욱 많이 받기 때문에, 특히 어두운 공간에서 선명한 시야를 확보하기 힘들어진다.

대비감도가 저하된 백내장 환자는 일상에서의 수행능력이 떨어져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만약 운전을 하는 환자라면 밤에 운전을 할 때 차선이나 교통 표지판을 잘 읽지 못하거나,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주변 차량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조도가 낮은 실내에서 색상이 비슷한 계단과 바닥을 구분하지 못해 발을 헛디디거나, 가구 및 벽의 모서리 등에 부딪힐 위험도 있다.

실제로 백내장 환자들의 시력 저하는 낙상이나 골절, 자동차 사고 등의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각 기능이 떨어져 안전상의 위험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되고, 이는 환자들의 자신감을 잃게 해 우울증이나 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를 야기해 삶의 질을 저하한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백내장은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제한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조사됐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근 백내장 수술용 인공수정체 개발 기술이 발전되면서 백내장 환자들의 수술 후 대비감도 개선 및 선명한 시야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근거리와 원거리 등 다양한 거리의 시력을 동시에 개선하는 인공수정체를 사용할 경우, 대비감도가 저하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의 한계가 존재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거리의 시력을 동시에 개선하면서 낮과 밤 모두 우수한 대비감도를 제공하는 인공수정체가 등장해 백내장 환자들이 수술 후에도 선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백내장 환자들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눈은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백내장 환자들이 눈 기능 및 시력 저하로 인해 일상 속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우수한 대비감도로 밤에도 선명한 시력을 제공하는 인공수정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백내장 환자들이 수술 후 운전, 운동, 요리 등의 일상생활을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수행하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현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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