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패스트푸드 지고, 반찬가게 떴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6-22 12:01 수정 2021-06-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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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동아일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 패스트푸드와 노래방, 당구장, 편의점 등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찬가게와 골프연습장, 약국 등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등 특수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강북지역에 위치한 상가들이 강남지역 상가들보다 큰 폭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또 외식업 중 가장 큰 매출 하락을 보인 패스트푸드도 상업·업무시설 밀집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출 감소 폭이 작았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업종별 지역별로 크게 다른 영향을 미쳤고, 특정 업종에 대한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조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당시설 밀집지역의 쇠퇴를 막기 위해 업종별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 패스트푸드 직격탄 맞고, 반찬가게는 큰 특수
국토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워킹페이퍼(연구물) ‘코로나19 유행 1년간의 서울시 지역경제 변화와 시사점’을 최근 발행했다. 이번 연구는 국토연의 이진희 부연구위원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방역 조치가 서울시 상권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외식업종은 대부분 매출 하락을 겪었는데, 특히 패스트푸드가 지난해 내내 30%의 매출 하락을 보이며 큰 피해를 입었다.

서비스업에서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노래방과 스포츠클럽, PC방, 당구장 등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지난해 4분기(10~12월)에만 전년 대비 매출액이 50% 정도 떨어졌다. 학원업도 일반교습학원을 제외한 업종에서 피해가 컸다.

반면 의원은 전반적인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특히 일반의원의 경우 4분기를 제외하곤 매출이 늘었다. 실내스포츠업 가운데에선 스포츠강습은 연중 매출이 떨어졌지만 골프연습장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소매업은 외식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매출 하락폭이 작았고, 매출이 늘어난 업종도 많았다. 특히 의약품(약국 등)은 공적마스크 판매 등으로 1분기(1~3월)와 2분기(4~6월) 매출이 증가했다. 식자재 판매업도 3분기까지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반찬가게는 전년에 비해 매출이 무려 200% 이상 급증했다.

● 분식, 당구장, 편의점 등은 폐업률 치솟아
매출 감소 등에 따른 폐업률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1분기에 크게 올랐다가 이후 낮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영 압박을 예상하고 사업을 조기에 포기한 경우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 보면 외식업에서는 패스트푸드와 분식, 일식업의 폐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제과업이나 커피·음료, 한식업은 폐업률이 낮았다.

서비스업에서는 PC방과 당구장, 노래방의 폐업률이 매우 높았지만, 병의원이나 미용실은 폐업률도 낮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매업에서는 편의점 폐업률이 가장 높았고, 미곡판매(쌀가게)와 의약품 폐업률이 가장 낮았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개업률은 외식업, 서비스업, 소매업 모두 연중으로 전년보다 낮아졌다. 전체 업종에 걸쳐 신장개업하는 곳이 드물었다는 뜻이다.

● 강남, 업무·상업밀집지역 피해 작았다
지역별 특성에 따라 코로나19의 피해 규모와 상황은 크게 달랐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지역이 강북지역보다 매출 하락폭이 작았다. 특히 확진자가 줄고, 긴급재난지원금 등이 지원됐던 2분기(4~6월)을 제외하곤 두 지역간 매출 하락폭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또 1분기와 3분기에 강남지역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오른 지역이 다수 확인됐다. 반면 강북지역에서는 매출이 하락한 지역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업종별로도 외식업은 전 지역에서 매출 변화가 나타났는데, 특히 용산구와 동대문구, 송파구, 서대문구 등에서 매출 변화가 심했다. 서비스업은 강남구나 강남 일대에서 매출 하락폭이 가장 작았다. 소매업은 강남 일대와 영등포구 등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증가한 지역도 상당수 확인됐다.

폐업률도 분기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3분기에는 강남 일대와 강서구 지역, 4분기에는 종로구와 강북 일대에서 폐업률이 상승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종로구 주변지역에서 전년 대비 폐업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 일괄적인 현금 지원보다 맞춤형 대책 마련 시급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듯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업종별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괄적인 현금 지원과 같은 방식보다는 업종별 맞춤형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희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일부 지역 상권은 회복된 반면 몇몇 지역에서는 지속적인 상권 퇴퇴가 발생하고 있다”며 “(업종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특정 업종에 대한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은 실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므로, 이런 시설이 밀집한 지역의 쇠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비 대면 서비스 전환 등 안전하게 점포를 운영할 수 있게 유도하는 장기적인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창업 초기 점포나 점포주 연령이 높을수록 코로나19 피해가 컸는데, 감염병 대응을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진희 부연구위원은 “이런 대상들을 위해서는 일괄적인 현금 지원 이외에도 비대면 운영을 위한 교육이나 기술 지원과 같은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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