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최전선서 활약한 인공호흡기…이젠 호흡치료기로 새 시장 개척

김광현 기자

입력 2021-06-22 11:20 수정 2021-06-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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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7〉멕아이씨에스(MEK-ICS)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호흡치료기는 필수의료장비다. MEK 김종철 대표는 독보적인 복합 인공호흡기로 유럽 미국 등 의료 선진국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있다. 파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뜻하지 않은 코로나19가 분명 인류에게는 불행이지만, 뜻하지 않게 사업의 기회를 열어준 경우도 적지 않다. 인공호흡기 및 호흡치료기 제조 중소기업 멕아이씨에스(MEK-ICS)도 그 중에 하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이 회사 매출은 70억~80억원대에 매년 1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소 사정이 나아진 2019년 역시 129억원 매출에 2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그러던 것이 작년 매출이 681억원으로 뛰어 올랐고 303억원이라는 이 회사 입장에서는 놀라운 규모의 흑자를 냈다.

행운도 준비되지 못한 자는 비껴가기 마련이다. 흔히 하는 말로 운도 실력이다. 이에 대해 김종철 사장은 “우연과 필연의 합작 결과”라고 말한다. 코로나 이전에 적은 물량이지만 팔아놓았던 인공호흡기 제품에 대한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의료업계 특유의 보수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쉽게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문턱이 확 낮아졌고 검증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마침 값싼 중국산에서 의료사고가 터지고 유럽의 유력 업체들의 공장에서 코로나환자가 발생하면서 셧다운 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이미 성능이 검증된 멕아이씨에스 제품에게 기회가 왔다.

유럽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텃세가 덜한 터키와 칠레 인공호흡기 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15대 정도 판매되던 인공호흡기가 작년에 250대가 판매됐고, 호흡치료기는 450여대가 대학, 종합병원에 들어갔다.

김 사장은 “미국 유럽의 인공호흡기 제조사들이 코로나19로 2배 정도의 매출이 늘었다면 우리는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향후 과제를 2가지로 꼽았다. 유럽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확대와 가정용 호흡치료기 시장 확대 및 선점이다.

중소벤처는 8할이 창업자 겸 사장이다. 그를 보면 회사의 미래를 알 수 있다. 김 사장은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사회 첫발을 디뎠다. 의료진단기기 메디슨을 거쳐 1998년 멕아이씨에스를 설립했다.

김대표는 우리 사회가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을 우선시하지만,오히려 일을 통해 삶의 행복을 찾는 게 한국사회의 덕목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파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공대생 출신에다 연구개발에만 몰두해왔던 흔히 말하는 ‘공돌이’ 답지 않게 적절한 비유와 사례를 들어 매우 논리적인 화법으로 사안의 핵심을 쉽게 설명하는 재주도 갖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 특히 기술제조 기업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더욱 가중 시키는 최근 정책 흐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는 열정도 있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를 만들기를 좋아했다. 금성사에 있으면서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만드는 분야에 있었는데 나와는 잘 맞지 않아 창업을 생각하고 회사를 나왔다. 그 때 친구 소개로 메디슨의 이민화 회장을 만났다.

메디슨은 당시 중환자실에 설치되는 환자 감시 모니터를 팔고 있었다. 그래서 중환자실에 가 볼 일이 많았는데 중환자실에는 환자감시 모니터와 인공호흡기가 메인 장치다. 인공호흡기는 전량 수입품이었다. 왠지 인공호흡기를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을 만드는 것이고 잘 만들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창업을 했다. 이민화 회장의 영향도 컸다. 그 때는 잘 만들기만 하면 안 되고 잘 팔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심각하게 하지 못했던 던 것 같다.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다.



-코로나19로 운 좋게 매출도 뛰고, 흑자도 많이 냈다. 하지만 최근 백신보급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럼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인공호흡기는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주력하는 제품은 호흡치료기다. 가정용 복합 인공호흡기라고 보면 된다.

환자는 치료가 되더라도 후유증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세계 의학계의 우려다. 여기에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폐질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기가 판매되고 일정 기간 지나면 애프터서비스, 부품 판매로 매출이 늘어나는 점도 기대하고 있다.


-기대를 갖고 있는 호흡치료기란 어떤 제품인가

“사실 호흡치료기 Respiratory therapy device란 명칭을 처음 만든 건 우리 회사다. 극상의 중환자용 인공호흡기 기술을 갖췄다면 삶과 죽음을 급박하게 다투지는 않는 호흡치료기를 만드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인공호흡, 가습, 환자모니터링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한 개의 기기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의사가 없는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감히 이 분야 게임의 룰을 바꾸는 의료기기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호흡치료기를 만들 것 아닌가

“현재는 제조 기술이나 제품의 성능으로 볼 때 유일한 제품이어서 시장이 아직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미 의학 논문들이 성과를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호흡치료기 수요는 반드시 늘 것으로 본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확산하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멕아이씨에스의 기술력은


“호흡치료기는 우리가 없던 시장을 처음 만든 것이니 당연히 세계 최고다. 인공호흡기나 호흡기 치료 모두 우리 제품은 전자제품화 돼 있다. 유럽 제품의 인공호흡기는 정밀기계제품이다. 당연히 소프트웨어적 제품의 원가가 낮고 이익률이 높다.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왜 외국에서 갖다 쓰면 되지 왜 개발하느라 돈과 시간을 투자하느냐는 비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핵심부품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면 글로벌 부품공급사들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이민화 회장이 초음파센서를 국산화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유럽의 핵심부품 제조사들은 자국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양산제품은 부품을 낮은 가격으로 글로벌 소싱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틈새 시장의 선도제품의 부품은 국산화 하지 않으면 갖다 쓸 곳도 마땅치 않다”

김 사장은 예로 청소기를 들었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독주했던 다이슨 청소기의 점유율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LG전자가 핵심부품인 블로어를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배터리까지 좋으니 다이슨의 독주가 끝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공호흡기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FDA 승인을 신청해 놓았는데 자꾸 지연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인가

“허가가 안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미용 제품 때문인데, 이미용 제품은 허가가 안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미 유럽 승인이 난 제품이 미국허가에서 거부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면 된다.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걸릴 수는 있으나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순항하고 있다”


-올해 및 중장기 재무적 목표는

“코로나 상황이 예측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올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작년 실적을 상회한다고는 말할 수 있다. 2025년에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제 눈덩이가 뭉쳐져 구르기 시작했다고 본다”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점은


“요즘 우리 사회가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말을 많이 한다. 정부 정책도 그 쪽으로 가고 있다. 일본이 그 길을 걷다가 국가 전체의 활력이 너무 떨어졌다. 젊은이들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도 요즘 6개월 일하고 6개월 실업급여 받겠다는 청년들이 많다.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길을 따라가고 있지 않은 지 걱정이다.

인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소기업은 기술융복합적 인재가 필요한데 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딸에게 우리 회사 입사를 권유해 일하게 하고 있다. 꼰대 소리 들을지 모르지만 일을 통해 삶의 행복을 찾자는 말을 하고 싶다. 눈 뜨고 있는 시간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일상의 행복을 찾겠는가.

나는 ‘보편적 복지’보다 ‘차별적 복지’가 공정하다고 본다. 편히 쉬라고 휴게실을 잘 만들어 놓았는데 일 잘하는 직원은 일하기 바쁘고 일 안하는 직원이 가서 쉰다면 되겠는가.

일본은 도전의식이 사라졌고, 중국은 가벼운 아이디어 제품으로 돈만 벌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에는 지식융복합적 기술융복합적 산업의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정부도, 사회적 분위기도 이 방향으로 가야하고 많은 지원이 있어야한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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