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흔들리는 명약 종주국, 모두의 관심 절실

동아일보

입력 2021-06-23 03:00 수정 2021-06-2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인삼류 수출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 위주였던 수출 국가도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돼 우리 인삼산업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농가의 실상은 다르다. 작년 인삼 농가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건비, 자재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대대로 인삼을 경작해온 농가들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며 농사를 포기할 위기에 처해 있다.

팬데믹 여파로 인한 내수시장 침체 역시 인삼 가격 하락 및 농가 어려움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의 인삼축제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작년 도매시장 거래량 및 택배 주문도 큰 폭으로 줄었다. 가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건강식품의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이와 함께 인삼류 소비의 80%는 홍삼 및 가공제품으로 이뤄져 수삼시장은 매년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작년 인삼류 수출 증가를 견인한 것도 홍삼과 인삼가공식품이다. 이 같은 형국은 뚜렷한 판로 없는 영세 인삼 농가의 어려움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편 인삼산업에 좋은 뉴스도 있었다. 지난해 말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가 농경 관련 분야 최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 및 인삼 관련 음식 문화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대 간 전승으로 이어진 문화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전역에 인삼 농가가 분포해 있으며 인삼 약용문화를 전 국민이 향유하고 있다는 점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으로 고려인삼은 인삼 문화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대한민국의 전통 식문화로서 대표성을 확보했다. 또 농경 분야 최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학계에서도 인삼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인삼협회는 고려인삼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자 한다.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고려인삼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인삼 재배 문화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며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려인삼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여야 할 이유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동북공정 사태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복식인 한복부터 김치, 삼계탕 등 식문화와 역사까지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이 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고려인삼은 대한민국의 식문화임에도 해외에서 ‘아시아 인삼’이라 뭉뚱그려 칭하거나 ‘중국 인삼’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우리가 우리의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으니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고려인삼은 4∼6년간의 긴 생육기간을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긴 시간 인삼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자연환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키우는 사람의 남다른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고려인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천년의 문화가 한순간 스러질 수 있다. 하늘이 내리고 대대로 일궈낸 고려인삼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국민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

인삼의무자조금단체인 한국인삼협회는 고려인삼이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임을 다각도로 홍보해 앞으로도 동북공정 등의 이슈에 강력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더불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비롯한 여러 세대의 변화된 입맛과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인삼 활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수출 판로 확대 및 유통 강화 등의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면역력 증진, 피로개선, 뼈건강 개선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그 효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고려인삼은 대한민국이 종주국이자 자부심이다. 국민 건강지킴이 고려인삼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길 기원한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