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朴부장, 마스크 사려다 ‘온라인 쇼핑’ 눈떠… 해외직구도 OK

특별취재팀

입력 2021-06-22 03:00:00 수정 2021-06-22 09: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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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소비혁명, 뉴커머스가 온다]
재택근무 ‘55세’ 朴부장의 하루
5060쇼핑, 빅데이터-소셜 분석해보니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 부장(55)은 오전 9시 서재에서 컴퓨터를 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광화문으로 출근했지만 요즘은 집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해 초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아내와 번갈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KT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양천구는 서울 25개 구 중에서 강동구, 도봉구, 중랑구 등과 함께 업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 동안 생활인구가 늘어난 11개 자치구 중 한 곳이었다. 주간 인구가 늘어난 곳은 대표적인 주거 밀집 지역들이었다. 특히 박 부장처럼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 양천구에서 종로구로 유입된 50대 인구는 코로나 전에 비해 9.5% 줄었다.

본보는 KT의 생활인구 실태자료와 앱 접속 데이터, 바이브컴퍼니의 소셜 분석 자료, SSG닷컴의 소비데이터를 토대로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부머쇼퍼’ 박 부장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 안방에서 서재로 출근하고 밀키트로 식사


서재에서 오전 업무를 끝낸 박 부장의 점심 메뉴는 저탄고지로 구성된 밀키트와 유기농 달걀로 부친 계란 프라이. 예전이라면 팀원들과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겠지만 재택근무 이후 혼밥이 일상이 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면역력 증강 등 건강에 대한 관심도 늘어서 유기농 식재료를 많이 찾게 됐다. 밀키트는 지난해 SSG닷컴에서 50대 남성이 전년보다 가장 많이 산 제품 3위에 올랐다. 유기농 신선식품은 14위였다.

박 부장은 점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쇼핑앱에 접속한 뒤 ‘아이쇼핑’을 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와 생필품을 대량 구매하려고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다가 이제는 진화한 이커머스인 뉴커머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쿠팡의 앱 사용자 수는 코로나 1차 유행 시기에 108% 급증했다. 50대 남성 사용자 수 증가율은 137%로 폭증 수준이었다. 50대 남성들은 박 부장처럼 주로 정오 무렵에 쇼핑을 즐겼다. 코로나 이전보다 1명당 클릭 수는 6% 늘어난 반면 총 체류시간은 26%가량 줄었다. 수시로 짧게 짧게 접속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박 부장은 금연패치와 유산균 제품을 구매한 뒤 해외 직구가 가능한 스마트 워치와 신형 모니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식사 후에 지난주 온라인으로 구매한 신상 아웃도어를 꺼내 입고 용왕산 둘레길로 나섰다. 집콕으로 체중이 불어 위기감을 느끼는 박 부장은 점심 시간 동네 뒷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았다.

○ 주가 검색에 시리즈물 애청, 심야에는 ‘보복소비’


부서원들과 줌 회의를 끝낸 박 부장은 주식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 투자한 종목들의 주가를 확인했다. 몇 달 전 산 삼성전자 주가가 요지부동이었다. 코로나 전에는 스포츠토토를 많이 했지만 ‘동학개미운동’이 거세지면서 주식으로 관심을 돌렸다. 코로나 초기에는 코로나 확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요즘은 증시 동향이 최대 관심사다.

업무를 마친 박 부장은 퇴근 버튼을 누르고 거실 안마의자에 누웠다. ‘집콕’ 시간이 길어지며 장만한 ‘핫템’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종각역 근처 단골집에서 동료들과 곱창에 소주 한잔 하러 갈 시간이었다. 박 부장 같은 중년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해 기준 퇴근시간 이후(오후 6∼10시) 종각역 젊음의 거리를 찾는 50대 남성 생활인구는 전년보다 24.9% 감소했다.

박 부장은 가족들이 귀가할 때까지 TV를 보며 머리를 식혔다. 지난 주말부터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물 ‘킹덤’은 벌써 시즌 2에 이르렀다. 박 부장 같은 50대 남성이 전체 VOD 장르 중 시리즈물을 보는 시간의 비중이 코로나 이전(3.0%)부터 최근(5.5%)까지 꾸준히 늘었다. 무협 장르도 자주 본다. 50대 남성의 무협장르 시청은 코로나 이전엔 23.2%였지만 최근(41.2%)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저녁식사는 인근 맛집에서 배달주문한 해물탕에 전통주를 곁들이면서 집에서 외식 기분을 냈다. 잠들기 전 아내가 새벽에 배송될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사이 박 부장도 모바일 쇼핑앱에 들어갔다. 주말에 가족들과 강원도로 여행갈 계획을 짰다. 여러 앱을 들락거리던 박 부장은 배송일자가 가장 빠른 한 앱에서 레이밴 보잉 선글라스의 원터치 결제 버튼을 눌렀다. 결제 완료와 함께 배송 안내 문구가 떴다. ‘내일 새벽 7시 전 도착 보장.’


‘집콕’ 朴부장 “외모 신경쓸 날 줄어”… 면도기-양말-헤어용품 씀씀이 감소

외출 뜸해 여행용품 적게 사고 잠옷 등 편한 옷엔 지갑 열어



지난해 재택근무를 많이 한 박 부장은 면도기, 양말, 헤어 관련 용품을 예전보다 적게 구입했다. 옷을 갖춰 입는 등 외모에 신경 써야 하는 날이 줄었기 때문이다.

본보와 SSG닷컴이 연령대별 구매품목을 분석한 결과 50대 남성의 구매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품목은 주로 외부 활동과 관련된 제품들이었다.

박 부장 같은 50대들은 지난해 여행 관련 품목을 가장 적게 샀다. 여행용 가방(3위)은 지난해 50대 남성이 2019년 대비 가장 적게 산 제품 중 하나였다.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여행 관련 상품을 찾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영복은 50대 남성이 전년보다 적게 산 제품 5위에 올랐다. 여름휴가철에도 휴양지로 떠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데다 수영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영업 제한을 받은 영향이 컸다.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여름휴가철 전인 5, 6월에 수영복 판매를 끝내지만, 지난해에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7, 8월에도 판촉 행사를 진행할 정도였다.

‘집콕’으로 의류 소비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하지 않게 되면서 새 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트렌치코트(14위) 남성 점퍼(38위) 등 남성 의류 관련 제품 다수의 매출 감소 폭이 컸다. 같은 이유로 양말(35위) 헤어케어(47위) 전기면도기(48위)도 덜 팔린 제품 순위에 들었다. 반면 잠옷 등 집에서 입기 좋은 편한 옷들의 지난해 판매 순위는 2019년에 비해 소폭 올랐다.

공기청정기는 50대 남성이 지난해 덜 소비한 제품 순위 기준으로 8위였다. 실제 외부 활동 감소와 중국발 미세먼지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는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았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취재 황태호 사지원 이지윤 기자
▽ 사진 김재명 기자
▽ 그래픽 김수진 기자
▽ 편집 양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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