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배출가스, 일반車의 7.3배 뿜었다

박창규 기자

입력 2021-06-22 03:00 수정 2021-06-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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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배출가스 빅데이터 분석


정부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대기 질 개선 등을 위해 친환경 차량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전기차나 수소차 구입에 드는 비용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내연기관을 쓰는 일반 차량의 운행량을 점차 줄이겠다는 의도다. 만약 탄화수소나 질소산화물 같은 배출가스를 더욱 많이 내뿜는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면 대기 질 개선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서울시는 친환경 차량 교체에 따른 대기 질 개선 효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립대 연구진에게 빅데이터 분석 작업을 의뢰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시의 자동차 등록 데이터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보유한 자동차 검사 데이터를 토대로 차종과 연료, 주행거리, 연식별로 각 차량의 배출가스 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바꿀 때 효과가 클지를 알아본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등록 차량은 총 314만9000여 대다. 이 가운데 일반 차량이 94%를 차지한다. 택시나 버스, 화물차 등 영업용 차량이 나머지 6%이다.

교통안전공단에서 검사를 받은 서울시 등록 차량 가운데 일반 차량의 평균 주행거리는 약 10만 km다. 일반택시(약 29만 km), 시내버스(약 30만 km), 일반화물(약 31만 km) 등 영업용 차량의 주행거리와 비교하면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이다. 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매연 등의 배출이 모두 늘어난다”며 “같은 차종이라도 주행거리에 따라 배출가스가 약 3배 더 나왔다”고 설명했다.

택시와 일반 차량을 비교해 보니 이러한 차이가 두드러졌다. 택시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240.2km로, 일반 차량(29.5km)의 8.1배인데, 이에 따른 택시의 일일 배출가스량은 576.5g으로 일반 차량(79.1g)의 7.3배에 가까웠다.

조사를 바탕으로 배출가스 감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례를 찾아보니 2015년 이전 도입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친환경 차량 전환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버스의 경우 2015년을 기점으로 일산화탄소 배출은 43%, 탄화수소는 61% 줄었다. 시 관계자는 “2015년 이전의 CNG 버스는 중량과 배기량이 크고 주행한 거리도 길어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버스 1대를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면 일반 차량보다 일산화탄소는 8배, 탄화수소는 459배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3년 이전 출시된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하는 개인택시의 친환경 차량 교체 시 효과도 큰 것으로 나왔다. 같은 시기에 도입된 LPG 일반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바꿀 때보다 약 5∼8배의 배출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가령 2012년식 쏘나타 LPG 택시와 일반 차량이 있다면 일반 차량보다 택시를 전기차로 교환할 때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둘의 배출가스량을 비교하면 일산화탄소는 약 8배,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은 약 5배의 차이를 보였다.

시는 이번 분석 결과를 활용해 배출가스 감축 효과를 고려한 전기차 보급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사례처럼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융합한 분석 기법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이원목 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앞으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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