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스크린골프장, 코로나에도 인기 누린 비결은?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6-21 11:59 수정 2021-06-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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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여행, 호텔 등 레저 관련 업종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저가 항공사들은 해외여행 중단의 여파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 눈물겨운 자구노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특수를 누린 분야도 적잖다. 대표적인 업종이 골프다. 특히 해외 원정 골퍼들의 유입과 2030세대 중심의 신규 골프 입문자 증가로 스크린골프장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코로나19가 불러온 골프 특수
서울의 한 골프연습장. 2021.1.18/뉴스1 © News1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코로나19가 갈라놓은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의 차별화’를 발행했다. 이는 자영업 분석 보고서 시리즈 중 한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산업은 1998년 박세리 선수의 메이저대회 우승과 1999년 정부의 골프 대중화 선언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5.4%에 달할 정도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던 지난해에만 이용객 수가 500만 명이 늘어난 4670만 명을 기록했다. 증가율이 무려 12.0%나 된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크지 않은 실외활동으로 인식된 점이 주원인이었다.

골프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 52시간 시행으로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 가능해지면서 퇴근 후 여간 시간이 확보됨에 따라 체육활동 시간이 증가하고 골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체육 관련 강좌/강습 경험이 있는 종목 중 골프장 12.3%로 네 번째로 많았고, 체육 동호회 가입 종목 중에선 축구·풋살(20.8%)에 이어 골프가 14.4%로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코로19로 활동이 제한적이었는데도 지난해 골프 동호회 가입률은 전년보다 6.7%포인트 증가하며, 동호회 종목 중 가장 크게 성장했다.

● 희비 엇갈린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
하지만 또 다른 골프 관련 대표적인 유관 업종인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은 상황이 엇갈렸다. 골프연습장 지난해에만 약 1000개가 문을 닫으며 침체에 늪에 빠졌다. 반면 스크린골프장 매출은 20% 이상 증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골프연습장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6%씩 증가할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골프연습장의 침체는 특성상 타석 간 간격이 좁은데다 불특정 다수와 줄지어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바리어스 감염 우려가 크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밀폐된 업장의 특성상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스크린골프장은 우려와 달리 순항 중이다. 대표적인 스크린골프장 업체인 골프존의 경우 2017년부터 매년 매출액이 증가했고, 특히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21.2% 증가한 281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해외원정 골프를 즐겼던 사람들과 2030세대 중심의 신규 골프 입문자들이 늘어난 데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야 하는 PC방이나 헬스장과 달리 소수의 지인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은 장소로 인식된 것이다.


● 포스트코로나에도 스크린골프장 인기는 계속될 것
그렇다면 코로나19의 회복 이후 시장은 어떻게 될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분야별로 다르게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골프장은 해외여행 제한 해제될 경우 국내로 복귀했던 골프이용객들이 다시 해외 원정에 나서면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특수효과를 노린 그린피 상승으로 인한 이용객의 불만도 악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골프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 1년 간 대중골프장의 이용료는 주중 19.0%, 토요일에는 15.0% 급증했다.

골프연습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창업감소와 폐업 증가의 영향으로 단기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신규 입문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체육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 가운데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할 체육활동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14.7%)가 골프를 꼽았기 때문이다. 골프 입문자에게 골프연습장은 반드시 거쳐야 할 장소이며, 신규 골프 입문자의 증가는 곧 골프연습장의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스크린골프장의 성장과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골프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야외 골프장보다 접근성이 좋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잔디를 밟으며 즐길 수 있는 야외골프장과 비교할 때 한계가 있지만, 가상체험(VR)이나 스크린기술 등의 발전으로 지금보다 더욱 향상된 스크린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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