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원봉공회’ 강명권 교무 “성직자 직함보다 밥차사장-구호대장 불리는 게 익숙해요”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6-21 03:00 수정 2021-06-22 17:09
세월호 - 태안 기름 유출 등 재난 현장서 수개월씩 봉사
해외 구호활동도 14차례 참여
빨래차 - 노숙인 쉼터 운영도
“봉공 없는 종교는 종교 아냐”
고시원과 밥차 사장, 세탁소장, 구호대장….
원불교 성직자를 가리키는 교무(敎務)보다 다른 직함이 익숙한 이가 있다.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장이자 사회복지법인 ‘원불교봉공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강명권 교무(58)는 2005년 강원 고성 산불을 시작으로 국내외 재해재난 현장을 지켜 ‘원불교 구조대장’으로 불린다. 그는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 당시에는 114일간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하며 주민과 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세월호 참사(231일)와 경북 포항 지진(35일) 당시에도 현장에서 활동했다. 중국 쓰촨성과 아이티 지진 현장 등 해외 파견 활동도 14차례나 했다. 긴급한 재난 현장이 없을 때에는 ‘훈훈한 밥집’과 ‘은혜고시원’이 그의 현장이다. 17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 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훈훈한 밥집, 이름이 좋다.
“좌산 상사(左山 上師·85)님의 법문 중 ‘맑고 밝고 훈훈하게’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2011년부터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400명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매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데 안타깝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서는 가정을 방문해 도시락과 반찬도 제공하고 있다.”
―원불교 구호대장으로 소문이 났다.
“젊은 시절 지역 교당과 인터넷 교화를 담당하다가 봉공회에 가라고 해서 왔다. 막상 와보니 이 일이 정말 중요하더라. 종교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게 좋다.”
―종교색이 강하면 거부감이 작지 않다.
“가정 봉사를 나가면 처음 1, 2년은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노숙인 급식만 해도 육두문자를 듣지 않으면 일이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원불교 밥이 제일 맛있다’고들 한다. 1년 정도 꾸준히 밥만 맛있고 정성스럽게 해 줘도 사람의 말과 태도가 바뀐다. 저희가 오기를 기다리는 노인분들도 적지 않고, 쌀이 남았으니 더 어려운 곳에 전해 달라는 분들도 있다.”
―‘고시원 강 사장’으로도 불린다는데….
“서울역 인근 쉼터 이름이 ‘은혜고시원’이다. 2013년 개원할 때 이용자를 대우하겠다는 의미로 ‘은혜 원룸’이라고 했었는데 일반인들이 주로 찾아왔다. 알고 보니 그쪽은 원룸이 아니라 고시원이라고 해야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오더라.”
―세탁소장은 어떤가.
“재난이 발생하면 수도와 전기가 ‘올스톱’ 된다. 요즘은 구호단체가 많아져서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이 되는데 빨래가 큰일이다. 2019년 후원을 받아 빨래차도 운영하게 됐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기 안성 지역에서 열흘간 급식과 빨래 서비스를 했다.”
―해외 지역 파견도 14차례나 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가 많다 보니 국내 재해 현장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많았다. 여러 단체가 원활하게 소통해 언어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교무는 향후 계획을 묻자 “봉공하지 않는 종교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대산 종사(大山 宗師·1914∼1998)의 말로 대신했다. “인류의 영(靈)과 육(肉)에 빈곤 무지 질병 재해를 없게 하여 평등원만한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게 3대 종법사를 지내며 원불교봉공회를 창립한 대산 종사의 가르침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해외 구호활동도 14차례 참여
빨래차 - 노숙인 쉼터 운영도
“봉공 없는 종교는 종교 아냐”
2005년부터 국내외 재해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해 원불교 구호대장으로 불리는 강명권 교무. 재난 현장에서 빨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공세탁소’ 차량이 보인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고시원과 밥차 사장, 세탁소장, 구호대장….
원불교 성직자를 가리키는 교무(敎務)보다 다른 직함이 익숙한 이가 있다.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장이자 사회복지법인 ‘원불교봉공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강명권 교무(58)는 2005년 강원 고성 산불을 시작으로 국내외 재해재난 현장을 지켜 ‘원불교 구조대장’으로 불린다. 그는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 당시에는 114일간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하며 주민과 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세월호 참사(231일)와 경북 포항 지진(35일) 당시에도 현장에서 활동했다. 중국 쓰촨성과 아이티 지진 현장 등 해외 파견 활동도 14차례나 했다. 긴급한 재난 현장이 없을 때에는 ‘훈훈한 밥집’과 ‘은혜고시원’이 그의 현장이다. 17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 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훈훈한 밥집, 이름이 좋다.
“좌산 상사(左山 上師·85)님의 법문 중 ‘맑고 밝고 훈훈하게’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2011년부터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400명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매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데 안타깝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서는 가정을 방문해 도시락과 반찬도 제공하고 있다.”
―원불교 구호대장으로 소문이 났다.
“젊은 시절 지역 교당과 인터넷 교화를 담당하다가 봉공회에 가라고 해서 왔다. 막상 와보니 이 일이 정말 중요하더라. 종교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게 좋다.”
―종교색이 강하면 거부감이 작지 않다.
“가정 봉사를 나가면 처음 1, 2년은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노숙인 급식만 해도 육두문자를 듣지 않으면 일이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원불교 밥이 제일 맛있다’고들 한다. 1년 정도 꾸준히 밥만 맛있고 정성스럽게 해 줘도 사람의 말과 태도가 바뀐다. 저희가 오기를 기다리는 노인분들도 적지 않고, 쌀이 남았으니 더 어려운 곳에 전해 달라는 분들도 있다.”
―‘고시원 강 사장’으로도 불린다는데….
“서울역 인근 쉼터 이름이 ‘은혜고시원’이다. 2013년 개원할 때 이용자를 대우하겠다는 의미로 ‘은혜 원룸’이라고 했었는데 일반인들이 주로 찾아왔다. 알고 보니 그쪽은 원룸이 아니라 고시원이라고 해야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오더라.”
―세탁소장은 어떤가.
“재난이 발생하면 수도와 전기가 ‘올스톱’ 된다. 요즘은 구호단체가 많아져서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이 되는데 빨래가 큰일이다. 2019년 후원을 받아 빨래차도 운영하게 됐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기 안성 지역에서 열흘간 급식과 빨래 서비스를 했다.”
―해외 지역 파견도 14차례나 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가 많다 보니 국내 재해 현장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많았다. 여러 단체가 원활하게 소통해 언어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교무는 향후 계획을 묻자 “봉공하지 않는 종교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대산 종사(大山 宗師·1914∼1998)의 말로 대신했다. “인류의 영(靈)과 육(肉)에 빈곤 무지 질병 재해를 없게 하여 평등원만한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게 3대 종법사를 지내며 원불교봉공회를 창립한 대산 종사의 가르침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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