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배송 전장, ‘야쿠르트 아줌마’가 간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6-21 03:00 수정 2021-06-2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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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물류망 개방… 매니저 1만1000명, 다른 업체 신선식품도 배달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다른 판매자의 신선식품을 배달하면서 이커머스 물류 시장에 뛰어든다. 자체 물류망을 갖추기 힘든 판매자들에게 일반 택배를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을 통한 식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기 직전 마지막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이다.


○ 영역 확대하는 프레시 매니저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hy는 다음 달부터 중장년 여성 인력 프레시 매니저와 전동카트(코코)로 구성된 자사 전용 물류 인프라를 외부에 개방하는 ‘프레딧 배송 서비스’로 물류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달 초부터 이유식 제조 중소기업 ‘청담은’과 손잡고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50년 전인 1971년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으로 프레시 매니저가 등장한 뒤 다른 판매자의 상품을 유통하는 건 처음이다. hy는 이번 사업을 위해 최근 화물운송주선업 자격 취득을 완료했다.

hy의 물류 시장 진출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식품 시장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25조97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2017년과 비교하면 150% 이상 급증했다. 특히 냉장창고와 냉장배송차량으로 이어지는 물류 시스템인 콜드체인이 필수적인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선 물류 수요를 서비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hy 관계자는 “유통사업 진출을 타진한 직후부터 냉장배송 전국망이 필요한 식품업체 등으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hy는 경기 용인시에 2017년에 구축한 신갈물류센터 등 대규모 허브와 각 지역 물류거점, 대리점, 프레시 매니저의 전동카트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콜드체인 시스템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프레시 매니저 수는 1만1000명 규모로 1만5000여 명 규모인 쿠팡친구에 필적할 만하다. 새벽 시간뿐만 아니라 오후 늦은 시간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서 hy는 2017년부터 자체 제작한 신선식품 브랜드 ‘잇츠온’의 상품을, 2019년부터는 농협 한우와 대상 종가집 김치, 청정원 장류 제품을 사들여 배송하는 방식으로 물류 서비스로의 확장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만큼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의 복지 분야 수요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판매자들, 일반 택배 대안 찾아 나서


최근 택배노조의 파업 등으로 그동안 전체 라스트마일 배송의 절대 비중을 차지했던 일반 택배 방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非)택배’ 물류 서비스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켓컬리, SSG닷컴 등의 새벽배송이나 쿠팡 로켓배송처럼 자체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기 어려운 판매자들이 일반 택배가 아닌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매물로 나와 있는 배달 플랫폼 ‘요기요’도 추후 인수 기업의 판단에 따라 라스트마일 배송 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 물류 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고 본다.

라스트마일 물류 시장은 과거 트럭과 이륜차(오토바이) 중심이었지만 초소형 전기자동차와 hy의 물류 진출을 계기로 전동카트 등 배송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네이버가 최대 주주인 종합 물류기업 메쉬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두 곳의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소형 물류총괄대행 시설)에서 KST일렉트릭과 쎄보모빌리티, 쎄미시스코 등이 만든 초소형 전기차를 이용해 신선식품을 배송하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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