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의료벤처 창업 허브로… 기술 산업화 위한 인프라 구축을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6-19 03:00:00 수정 2021-06-1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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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사이언스 리포트]〈4·끝 〉의료기술 산업화

의료기술의 산업화가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미래 의학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 자회사인 테라캔의 서재홍 대표(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오른쪽 위)가 연구진과 유방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바이오젠텍은 바이오칩을 기반으로 한 진단기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2015년 11월에 세워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시간을 6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시료를 한꺼번에 모아 검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또한 고가 장비가 없어도 쉽게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허가도 받았다.

이 회사는 요즘 결핵이나 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의 질병을 현장에서 30분 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임채승 고려대 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다. 대학병원 교수가 벤처기업 대표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벤처기업 또한 고려대의료원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오젠텍은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이 세운 의료기술지주회사의 4번째 자회사다.


김병조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장(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의대 교수들은 각자 개발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바이오젠텍 사례에서 보듯 원천기술에 근거한 창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의료기술 산업화, 미래 경쟁력의 핵심”

김 단장은 의료기술 산업화 붐이 일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정부 규제도 많았고, 학교나 병원 또한 구성원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바뀌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이나 병원 산하에 벤처 창업은 크게 늘었다.

이런 흐름은 미래의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김 단장은 전망했다. 일단 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이 많아진다. 독보적인 기술특허를 보유한다면 글로벌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의료기술 산업화는 환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 김 단장은 “의사가 진료에 몰입하면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기술 산업화에 도전하면 한 질병, 혹은 환자군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품과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단장은 “미래의학의 핵심 중 하나가 의료기술을 얼마나 제대로 개발하고 산업화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여러 대학과 병원이 소속 교원의 기술개발과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수가 기술을 개발하면 외부 기업과 연계시켜 주기도 한다. 혹은 공공의료특구 입주를 돕는다.

일부 대학은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도 뒀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지주회사다. 이 지주회사를 통해 교수들의 창업을 돕는다. 아직까지 병원에서는 이런 의료기술지주회사가 드물다. 사실상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최근 여러 병원이 이 지주회사를 벤치마킹해 사내 창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의료기술 자회사가 벤처 창업 지원”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는 2014년 출범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이 지주회사를 운영한다. 이 지주회사는 기술력이 있는 사내 벤처를 발굴한 뒤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가 결정되면 20%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영입한다. 올해부터는 이 지분을 10%로 낮췄다.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 자회사는 5월 현재 17개다. 매년 3, 4개씩 자회사를 늘렸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스타트업 수준이지만 일부 기업은 이미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한 바이오젠텍이 대표적이다.

이에 맞춰 지주회사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산학협력단 인력은 초기 10여 명에서 최근 40여 명으로 늘었다. 산학협력단이 직접 시장을 뛰며 기술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다. 특허와 관련된 컨설팅을 해 주고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짠다. 기술이 검증되면 관련 기술을 외부 기업에 이전할 것인지, 아니면 자회사 창업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의료기술 산업화가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도 따진다. 교수의 연구 과정을 체크하면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한다. 만약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특허를 확보하는 데 또 다른 보조 기술이 필요하다면 관련 보조 기술을 확보하는 ‘특허 패키징’ 작업도 한다. 외부 기관이 개최한 행사에 참가해 자회사의 기술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모든 사내 벤처기업이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5개의 사내 벤처기업이 따로 출범한 상태다. 교수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외부의 벤처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만 해도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23건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으며 이에 따른 계약금 규모가 60억 원에 이른다.

외부의 연구단지에 입주하는 것도 산학협력단이 돕는다. 가령 서울시가 서울 홍릉에 만든 연구개발특구가 대표적이다.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에는 고려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술개발 기업들이 입주한다. 고려대의 경우 2개 기업이 들어가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5년 이내에 입주기업을 100여 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진출 위한 인프라 필요”


의료기술을 산업화하는 단계로까지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신약을 개발할 때에도 기초의학에 대한 연구부터 진행해야 하는데, 이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황종익 고려대 의대 연구부학장(의과학과 교수)은 “아무리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였다 해도 그에 걸맞은 연구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의료기술 산업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연구 공간만 마련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뜻이다. 황 부학장은 “첨단 연구장비, 동물실험 시설, 생물안전 연구시설 등을 모두 갖춰야 하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시스템을 갖춘, 이른바 의료기술 산업화 단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에 별로 없다. 8월에 문을 여는 고려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에 주목하는 이유다.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고려대 의료지주회사의 자회사와, 기술을 이전받은 외부의 벤처기업, 네트워크로 연계된 기업 등이 입주한다. 연구와 제품 생산까지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황 부학장은 “메디사이언스파크는 기술 개발과 혁신의 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며 “당장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과 백신 개발, 의료 빅데이터 연구에 먼저 공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보건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의료기술의 글로벌 산업화에 성공하려면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야 한다. 고려대의료원이 메디사이언스파크에 바로 공중보건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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