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켜진 금리인상 신호, 부동산시장 투자전략 바꿔라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6-18 11:26 수정 2021-06-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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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여의도 63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빌라촌의 모습. 2021.6.16/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연내 실시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에서 반론을 편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재건축 규제 완화와 철도망 건설 등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개발호재에 반응한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은 궁극적으로 부동산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금리 인상이라는 ‘신호등’이 켜진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나 여윳돈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요인들을 짚어본다.


● “금리 1%포인트 오르면 집값 3% 하락”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1.6.13/뉴스1
이론적으로 금리와 부동산가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주택 대출 부담이 줄어들고,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폭등의 배경에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이밖에 공급 물량과 교통망 건설 등 개발호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부동산 관련 세금, 국내외 경제 상황, 소비자기대심리 등 다양한 요소들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금리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근 내 집 마련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직전 분기(10~12월) 대비 12.8포인트 상승한 166.2였다. 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 지수는 2008년 2분기(4~6월) 164.8을 정점으로 2015년 1분기에 83.7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을 보여준다. 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으로 상환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100으로 정하고, 수치가 높을수록 원리금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에 따라 집값은 얼마나 떨어질까. 이와 관련해 한은의 주간지 ‘해외경제포커스’ 최근호에 실린 유럽경제정책센터(CEPR)의 보고서 ‘통화정책이 언제 주택가격을 좌우하는가’를 참고할 만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금리 1%포인트 상승시 주택가격은 2년 후 가장 크게 하락하며, 평균 0.7%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금융이 크게 발달하거나 경기 호황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이 오랫동안 이어진 곳은 1%포인트 상승에 하락폭은 3%로 커졌다. 이 결과는 45개 나라, 1400여 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정된 것이다.

여기에서 주택금융이 크게 발달한 곳은 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을 의미한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 우리나라가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 금리 올해 10월부터 인상 가능성

예상보다 빠른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신호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020년 5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극복을 이유로 연 0.5%라는 사상 최저 기준금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게 대표적이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에 의존해 가계 빚이 쌓여 가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초저금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로 제시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1일 한은 창립기념사에서 “적절한 시점부터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10일 “1~2번의 금리인상을 긴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언제 기준금리가 오를까.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가 올해 10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연말까지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7,8,10,11월 모두 네 차례이다. 7월과 8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 시장에 충분한 경고를 준 뒤 10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 “주택 공급 늘면 서울 집값 연 1%포인트 하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6.17/뉴스1
집값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인 주택 공급도 눈여겨봐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17일) 열린 24차 부동산시장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와 시장 기대심리를 제어하겠다”며 “주택공급을 최우선으로 모든 정책역량을 투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 정부가 공급 폭탄이 될 것으로 자평했던 ‘2·4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 참여 토지주의 취득세를 깎아주고, 사업자의 종합부동산세는 감면해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사업 추진에 필요한 관련 법령 개정 작업 속도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주택 공급 확대 총력전은 현 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는 여야를 불문하고 일치된 해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진다면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연구원이 올 3월 발행한 보고서 ‘수도권 중장기 주택공급효과와 시사점’에 따르면 ‘2·4대책’까지 반영할 때 2021~2030년까지 연평균 수도권에서 30만8000채, 서울에서 11만 3000채가 공급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수도권은 연평균 0.64%포인트씩 10년 간 6.4%포인트, 서울은 1.03%포인트씩, 10년간 10.3%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 “2023년까지 다주택자 구조 조정해야”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창구. 2021.6.7/뉴스1
여기에 이중삼중으로 돼 있는 부동산 시장 관련 규제나 갈수록 급증하는 부동산 관련 세 부담 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규제는 집값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리 인상 본격화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변화가 생기기 전에 부동산 관련 대출이나 주택에 대한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하나은행은 이와 관련 올해 4월 ‘하나1Q 블로그’에 ‘금리상승기! 부동산전략 어떻게 재정비할까?’라는 투자전략 보고서를 올렸다. 이에 따르면 부동산시장이 언제 하락세로 접어들지는 알 수 없지만 ‘어깨에서 매도한다’는 생각으로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보유 부채를 줄이는 게 중요하며, 부채비율이 50%를 넘는 경우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유주택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세대가 3주택 이상을 보유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2023년까지는 3주택 이하로 구조 조정할 것을 권유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무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똘똘한 한 채로 실거주 주택을 옮긴 후 장기간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여기서 똘똘한 한 채로 꼽힐 수 있는 아파트는 집주인의 실거주 비율이 70% 안팎인 아파트로서 역세권, 직주근접, 중대형 등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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