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했는데 삶의 질은 낮아져…외환위기때와 비슷

뉴시스

입력 2021-06-16 13:58 수정 2021-06-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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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연구기관 LAB2050, 삶의 질 평가한 '참성장지표' 나와


한국의 경제는 매년 3% 이상 성장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지표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민간 연구기관인 ‘LAB2050’은 16일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로운 경제의 상상: 인간, 자연, 공동체, 디지털의 가치를 담다’를 주제로 국제 전문가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참성장지표는 경제 뿐 아니라 환경, 공동체, 인적자본, 디지털 서비스 등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사회적 가치를 포괄한 지표다. 시장에서 화폐로 교환된 재화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구성된 GDP와 달리 현재와 미래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여한 민간 연구기관 ‘LAB2050’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종합 후생 수준을 측정하는 참진보지수(GPI)를 바탕으로 국내 상황에 맞게 개편해 이 같은 지표를 내놨다.

개인의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새롭게 구성한 참성장지표를 보면, 1997년 620조에서 2020년 1277조 원으로 2배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GDP 대비 비중은 79.2%에서 69.7%로 감소했다. 반면 GDP는 1997년 783조에서 2020년 1831조로 2.3배 늘었다. 성장률로 봐도 우리나라의 GDP는 1997년 이후 연평균 3.59%씩 성장했지만, 참성장지표기준으로 보면 연평균 3.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GDP가 우리나라의 성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간 GDP와 참성장지표의 연도별 변화 추이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리 경제는 GDP 기준으로 보면 내수가 악화하는 경우에도 수출이 약진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참성장지표를 통해 삶의 질 관점에서 살펴보면 대다수 국민의 삶은 시기마다 큰 굴곡을 띠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GDP도 감소했지만 참성장지표는 이보다 더욱 급감했다. 기업의 생산 감소세에 비해 소비나 임금수준 등으로 드러나는 국민 삶의 질의 하락은 더욱 가팔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GDP가 외환위기 이후 1년 만에 반등세를 나타낸 데 비해 참성장지표 반등 시점은 더 늦어져, 외환위기는 기업 및 경제 전체보다 국민 개개인의 삶에 더 오랜 여파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 성과를 재평가해 집계한 참성장지표 경제부문을 보면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2020년 GDP의 61.4%로 전년(71.7%) 보다 1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60.8%)과 비슷한 수준이다. 1998년 이후 GDP가 지속적으로 성장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참성장지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 수차례에 걸쳐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이는 국민의 경제적 삶의 진폭이 기존 경제지표가 제시한 것보다 컸음을 시사한다.

참성장지표 개발 책임연구자인 최영준 LAB2050 연구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은 “코로나로 인한 GDP의 위기,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앞다퉈 걱정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의 위기나 미래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늘 뒤로 밀렸다”며 “이번에 개발한 참성장지표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북극성이 무엇인지를 선택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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