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정부 브리핑 연기…재계 반발에 보완책 고민?

뉴스1

입력 2021-06-15 13:19 수정 2021-06-15 14:5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 경제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6.14/뉴스1 © News1
주 52시간 근무제가 7월1일부터 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제도 시행 시기를 미뤄달라는 경제계의 호소에 노동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서 보완대책 없이 주 52시간을 시행하면 큰 충격이 불가피하니 계도 기간을 더 달라는 요청인데, 당국이 보완책을 마련할지 계획대로 시행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오전 노동정책실장 주재로 ‘주52시간제 현장안착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제도 연착륙 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당초 15일 오전 브리핑을 열 계획이었지만 전날(14일) 제도시행 연장 요청과 관련한 경제단체들의 기자회견이 브리핑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음달 제도 시행 계획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날 있었던 경제단체의 기자회견에 나온)업계 요청 등을 추가로 반영할 게 있는지 등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려고 브리핑을 하루 늦췄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을 시작했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50~299인 기업에는 2020년 시행 계획에서 1년의 계도 기간을 두고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50인 미만 기업은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50인 미만 영세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력난이 더욱 심화해 제도 시행 준비가 덜됐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52시간 확대 도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이유다.

중기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 단체는 “특단의 보완책 없이 영세업체들에 대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큰 충격을 주게 된다”며 1년 이상의 추가적인 계도 기간을 요청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뿌리산업·조선업종 20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설문 조사에서 44%는 “아직 주52시간제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는 구인난(42.9%)을 든 업체가 가장 많았고 주문 예측 어려움(35.2%), 인건비 부담(31.9%) 등이 뒤를 이었다.

경영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최소한 조선·뿌리·건설업 등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거나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주 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업종과 집중 근로가 불가피한 창업기업만이라도 추가적인 준비기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자료© News1
반면 정부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지 3년 넘게 경과됐고, 제도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이미 준비된 여러 보완된 제도를 활용할 경우 큰 문제가 없다며 추가 계도 기간 부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주52시간제와 관련한 제도적인 보완 조치로 돌발상황, 업무량 급증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했고, 탄력근로제 및 선택근로제 개편 등 주52시간제 보완입법도 마무리한 상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7월부터 적용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중에서 5~29인 사업장의 경우에는 2022년 말까지 근로자대표와 합의해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이 경우 주60시간(법정 40시간+연장 20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외부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실태조사(5~49인 기업, 1300개소 표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조사 대상 90% 이상의 기업이 올해 7월부터 주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만큼 7월 시행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52시간제 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 컨설팅 제공, 인건비 지원, 각종 정부사업 우대 등 여러 현장안착 지원을 추진 중”이라며 “보완된 제도나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면 주52시간제 준비에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15일 오전 계획했던 ‘주52시간제 현장안착’ 브리핑을 하루 늦추면서 당초 당국의 계획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영세기업들의 주52시간 준수를 위한 추가적인 보완책이 나올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3년 동안 충분한 유예 기간을 뒀음에도 이제와서 준비 부족을 이유로 다시 유예기간을 달라는 재계의 요청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후진국처럼 장시간·저임금 노동의 구조로 글로벌 경쟁을 해야할 위치인가”라고 반문한 뒤 “준비가 덜됐다는 핑계로 노동자 삶을 파괴하는 장시간 근로를 방치하는 건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