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와 재즈 선율로 빚은 21세기판 그리스 신화, 음악의 마력 느껴보세요”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6-15 03:00:00 수정 2021-06-15 04: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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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국내 초연 뮤지컬 ‘하데스타운’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는 최고의 음악가이자 이야기꾼이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려고 저승까지 간 사랑꾼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의 마음마저 움직인 그는 아내를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낸다. 하지만 지상 문턱에서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에 뒤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을 어겨 아내를 영영 잃고 만다.

매력적 서사를 담은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극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아나이스 미첼(40·여·미국)도 오르페우스를 닮았다. 흥과 서정성이 넘치는 독특한 음색으로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는 2010년 발표한 포크송 앨범 ‘하데스타운’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평론가들은 새롭게 떠오른 음유시인에 환호하며 그를 밥 딜런, 레너드 코언과 견주었다.

앨범에 담긴 이야기와 음악은 뮤지컬로 각색하기도 제격이었다. 미첼은 줄거리를 따라 미로로 들어가듯 대본을 썼고 곡은 뮤지컬에 맞게 편곡됐다. 극을 현대화해 주인공 오르페우스는 클럽에서 일하는 가난한 웨이터로 그렸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토니상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 음악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올 8월 한국 무대에 오른다.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원작자로부터 판권을 사들여 우리말로 공연하는 것)이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나이스 미첼은 “하데스타운은 먼 옛날의 신화라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한다.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 인간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돌아보고 사랑과 연대를 생각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데스타운’에서 헤르메스와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를 묘사하는 ‘Way Down Hadestown’을 부르는 장면. 아나이스 미첼(왼쪽 아래 사진)은 17세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그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토대가 된 동명의 앨범에 대해 “내가 한 작업 중 가장 독특했던 프로젝트 앨범이 좋은 평을 받아 기쁘다.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의 꿈과 행복을 따라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클립서비스 제공
하데스타운의 대표곡 ‘Wait for Me’의 악상이 떠오른 건 우연이었다. 어린 시절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좋아한 그는 이 곡의 멜로디와 가사가 운전 중 불현듯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지하세계의 규칙에 맞서는 오르페우스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돌처럼 딱딱한 심장마저 아름다운 노래로 감동시키는 모습이 좋았다. 모든 예술가들은 이런 감성에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뮤지컬 작업은 스타 연출가 레이철 차브킨(미국)과 만난 후 본격화됐다. 차브킨은 최근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은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을 연출했다. 브로드웨이에서 흔치 않은 여성 작곡가, 여성 연출가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찬 차브킨 덕에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뿐 아니라 프로듀서를 비롯해 제작진에 여성이 많았다. 미첼은 “여성만으로 팀을 꾸리려고 한 건 아니다. 역할에 맞는 최고의 인물을 찾았는데 대부분 여성이었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 때문인지 페르세포네, 에우리디케 등 여성 캐릭터들은 주체적 인물로 재창조됐다. 미첼은 “신화 속 여성들은 피해자로만 그려진다”며 “페르세포네는 단점이 있지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여왕으로, 에우리디케는 강한 생존자로 표현했다. 신화 속 인물을 다른 색으로 묘사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레이철이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는 상징적 여성이 됐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포크와 재즈 선율로 빚은 그리스 신화’다. 그는 “뮤지컬은 결국 음악으로 각색된 이야기다. 하데스타운에서도 음악의 마법이 깨지지 않는 마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르페우스 역은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이 맡고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엔 김환희 김수하가 낙점됐다. 하데스는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이,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김선영 박혜나가 연기한다. 최재림 강홍석은 헤르메스를 맡았다. 8월 24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7만∼15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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