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이전 불가’에도 관평원 청사 신축”…특공취소 검토

뉴스1

입력 2021-06-11 17:06 수정 2021-06-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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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아파트 특별공급에 따른 시세차익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News1 장수영 기자© 뉴스1

국무조정실은 관세청이 ‘관세평가분류원은 세종시 이전대상이 아니다’라는 행정안전부의 방침에도 관평원의 세종청사 신축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1일 밝혔다. 수년간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부처 간 ‘칸막이’와 책임 회피 등으로 사태가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조실 공직복무관리관실과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세종시에 관평원 청사가 신축된 경위와 직원에 대한 아파트 특공과 관련, 관세청과 행복청,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에 대해 전방위적 조사를 벌인 후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세종시 이전기관이 아닌데도 관평원의 세종청사를 신축한 것과 관련, 관세청·행복청(LH)·기재부 모두 관평원이 이전 제외기관이라는 이전계획 고시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2015년부터 청사 신축을 위한 부지 검토와 개발계획 변경, 예산 승인 등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2017년 관세청이 건축허가를 요청했을 때 2018년 1월 행복청이 내부 검토과정에서 관평원이 세종 이전기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관세청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잡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이에 2018년 2월 관세청은 행안부에 이전계획 고시 개정을 요청했지만 다음달인 3월 행안부는 관세청에 ‘관평원은 변경고시 대상이 아님’이라는 회신을 전달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고시 개정 없이도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이 가능한 것으로 임의로 판단하고 행복청에는 행안부 회신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기재부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청사신축 관련 예산을 확보·집행했다.

심지어 관세청은 행안부로부터 회신을 받기 전에 ‘행안부가 관평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기관에 포함되도록 고시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후 반영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공문서를 작성해 행복청에 송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관세청과 행안부 관련 업무담당자 간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관세청 직원은 당시 유선통화로 행안부로부터 “고시개정 없이도 청사 신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고, 행안부 직원은 “고시 내용을 설명했을 뿐 고시개정이 필요없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국조실은 전했다.

관평원 세종청사 신축 및 특공 진행 경과 (국무조정실 제공) © 뉴스1


또 이미 관평원이 세종시 이전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했던 행복청도 고시개정 내용을 최종 확인하지 않은 채 2018년 6월 건축허가를 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2018년 하반기부터 청사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행안부는 2019년 6월 뒤늦게 관세청이 청사신축을 계속 진행한 것을 알게 됐지만 이미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된 뒤였다. 또 2019년 7월 관평원 직원에 대한 아파트 특공 당첨이 이미 완료된 후였다.

행안부는 같은 해 9월 관세청과 행복청, 기재부를 대상으로 공익감사를 청구했지만 감사원은 행안부 사무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작년 1월 각하 처리했다.

국조실은 행안부의 공익감사 청구로 인해 관세청·행복청·기재부 모두 관평원 세종청사 신축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을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내부 자체 감사를 진행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2019년 하반기 이후에도 관평원을 이전대상기관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고시개정 협의를 추진했지만 행안부의 불수용 방침과 대전시의 잔류요청 등에 따라 결국 작년 11월에야 관평원의 대전 잔류를 결정했다. 이후 관평원의 신축 청사 관리주체는 관세청에서 기재부로 변경됐다.

국조실은 이같이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 추진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 외에도 당시 업무관련자 가운데 퇴직자 10여명에 대해서는 국조실이 조사할 수 없는 만큼, 수사기관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조사 결과 관련자료 일체를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해, 수사의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관련 부처에서도 추가 자체감사 후 징계 등 인사조치를 이행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현재 유령청사로 남아 있는 관평원 세종청사의 경우 관리주체인 기재부가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의 희망수요를 조사해 실제 입주할 부처를 선정할 방침이다.

세종시 어진동 밀마루 전망대에서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2021.5.28/뉴스1 © News1

한편 관평원 직원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직원 82명 가운데 49명이 당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첨된 49명 가운데 입주시기가 도래한 사람은 19명, 미도래(2021년 6월~2022년 3월)한 사람은 30명으로 집계됐다.

입주시기 도래자 중 실입주해 거주하고 있는 직원은 9명이고, 미입주 10명 가운데 9명은 전세 임대, 1명은 전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매 사례는 주택법시행령에 따라 LH 동의를 받은 후 이뤄졌다.

다만 특공 취소여부에 대해서는 행복청이 의뢰한 외부 법률전문기관(로펌)의 법리 검토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확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공을 받은 개개인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을 통해 주택을 취득한 경우나 공급질서 문란행위 등 주택법을 위반했다고 판단이 되면 취소가 가능하지만 이는 수사기관이 결론내야 하는 문제이고, 또 관평원의 세종청사 신축이 위법한지 여부에 따라 소속 직원의 특공 신청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추가 법리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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