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옥스퍼드대 ‘엘리자베스 여왕 초상화’ 철거

조유라 기자

입력 2021-06-10 03:00 수정 2021-06-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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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 연상” 학생회 투표로 결정
“여왕은 영국의 상징” 반론도 거세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 휴게실에 걸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의 초상화(사진)가 식민지배 유산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철거된다.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대를 구성하는 45개 칼리지 중 하나인 모들린 칼리지 학생회는 8일(현지 시간) 투표를 통해 대학원생 휴게실에 있는 여왕 초상화를 내리기로 했다. 학생회는 “군주제와 국왕에 대한 묘사가 식민 역사를 연상시킨다. 모든 구성원에게 환영받는 중립적 장소를 만들기 위해 초상화를 내린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철거 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458년에 설립된 모들린 칼리지는 에드워드 8세, 유명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등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여왕은 1948년 공주 시절 이곳에서 명예학위를 받았고 2008년 55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대학원생 휴게실에는 2013년부터 1952년 대관식 당시 여왕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의 인쇄본이 장식용으로 걸려 있었다.

이 결정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개빈 윌리엄스 교육장관은 “국가 수장인 여왕은 영국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상징”이라면서 “그는 오랜 재위 기간 동안 영국의 관용, 포용성, 존중의 가치를 전 세계에 홍보했다”며 비판했다. 디나 로즈 모들린 칼리지 총장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정치적 토론을 지지한다. (철거된) 초상화를 안전하게 보관하겠다”며 학생회를 두둔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후 영국에서도 노예제, 식민지배 관련 유명 인물의 동상과 초상화가 수난을 당하거나 철거됐다. 당시 런던 중심부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의해 훼손됐다. 런던 도클랜드 박물관은 18세기 노예 무역상 로버트 밀리건의 동상을 없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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