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침묵’과 ‘발언’은 개념 자체가 달라… 하나 줄인다고 나머지 늘지 않아

김명희 인피니티코칭 대표 , 장재웅 기자

입력 2021-06-09 03:00 수정 2021-06-0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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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은 영향력 인식했을 때 유발… 침묵은 위험을 피하려할 때 선택
조직 내 침묵 감소시켰다고 해서 구성원 참여 증가하진 않을수도



팀장 혼자 이야기하고 팀원들은 수첩에 팀장의 말을 받아 적는 모습. 우리에게 익숙한 회의시간 풍경이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회의에서 침묵(silence)하는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침묵을 깨는 것이 직원들의 적극적인 발언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문제는 침묵과 발언은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업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침묵은 조직이나 팀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 제안, 생각, 질문, 우려 등을 책임자에게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 행위를 일컫는다. 반면 발언(voice)은 조직이나 팀의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업무 관련 아이디어, 제안, 우려, 의견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문제 해결이나 혁신 창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행위를 뜻한다. 침묵과 발언 간의 개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침묵이 줄어드는 것’과 ‘발언이 증가하는 것’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왔다. 이에 미국과 네덜란드의 공동 연구진은 ‘침묵 감소’와 ‘발언 증가’가 서로 연결된 개념이 아니고 독립적인 개념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핵심 이론으로 ‘행동활성화 체계’와 ‘행동억제 체계’를 사용해 억제된 행동적 반응인 침묵과 활성화된 행동적 반응인 발언의 심리적 기제 차이를 설명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과 미국 소재 기업의 정규직 대상의 종단연구를 통해 발언과 침묵이 서로 다른 개념임을 밝혔다. 또 두 변수 간 상관관계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도 독립적임을 증명했다. 이어 발언은 인지된 영향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침묵은 심리적 안전감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자신이 영향력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긍정적인 결과에 도달하고자 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행동활성화 체계가 활성화돼 ‘발언’ 같은 접근 경향성 행동을 하게 된다. 반면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부정적 상황, 위협, 실패 등을 피하고자 할 때 회피 중심적 행동인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침묵은 발언에 비해 번아웃과 더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종업원들이 아이디어나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 자신이 믿는 것과 실제 행동과의 불일치가 생겨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이 기간이 길어지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최근까지 많은 기업들이 조직구성원의 침묵을 없애는 방향으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본 연구는 침묵과 발언이 서로 독립적인 심리적 기제에 의해 촉발되기 때문에 침묵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의 높은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경영자와 리더는 종업원들이 리더에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여전히 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감안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의 것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반복적인 침묵이 팀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조직원들을 번아웃에 빠뜨려 업무 몰입 감소, 태업, 심리적 웰빙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김명희 인피니티코칭 대표 cavabien1202@icloud.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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