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18년 만에 알츠하이머 신약 승인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6-08 14:47 수정 2021-06-08 14:50
그래픽 동아DB
미국 보건당국이 18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승인했다. 노인들에게서 발병하는 치매의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비롯되는 만큼 치매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다만 이 약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효능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는 데다 연간 약값이 수천 만 원에 달해 알츠하이머병 퇴치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7일(현지 시간) 미 제약사 바이오젠이 일본의 에자이(Eisai) 사와 함께 개발한 신약 ‘애드유헬름(Aduhelm)’을 승인했다.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나온 이 신약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아야 한다.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인 이 약은 환자의 머리 속에서 ‘베타-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단백질 덩어리를 공격해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는 단지 치매 증상들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 약은 병을 본격 치료하는 용도로 개발된 첫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물론 이 약도 기존의 다른 약처럼 기억과 사고 등 사람들의 인지적 쇠퇴를 조금씩 늦춰주는 역할을 할 뿐 병세를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한다.
약값은 1년에 5만6000달러(약 6240만 원)가량 될 것이라고 바이오젠 측은 이날 밝혔다. 약값도 비싼 편이지만 이와 별도로 진단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약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당초 바이오젠 측은 이 약 개발을 위해 두 건의 임상실험을 동시에 진행했지만 약의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자 2019년 임상을 조기에 중단한 바 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회사 측은 용량을 높여서 투여한 결과 약효가 나타났다고 다시 발표했다. 이런 개발 과정을 바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약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졌고 결국 지난해 11월 외부 전문가 자문위는 FDA에 이 약의 승인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FDA는 이날 이 약의 사용을 승인하는 대신, 효능을 더 확인하기 위해 바이오젠으로 하여금 추가 임상 실험을 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달았다. 만약 이 임상에서도 약효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FDA는 신약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은 약 3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숫자는 2050년에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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