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패배 이어…‘LH發 후폭풍’에 휘청이는 당정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6-08 12:16:00 수정 2021-06-08 15: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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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모습. © News1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해 3월 2일 시민단체의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로 시작된 LH 사태는 한 달 뒤 진행된 ‘4·7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참패를 가져다주는 핵폭탄급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3개월여가 지난 시점에도 그 위력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오늘(8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의 이름을 공개한 뒤 탈당을 권유하거나 출당 처분을 내리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당 의원들에 대해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 의혹이 있다고 발표한 지 하루만에 취해진 것으로 당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정부는 임직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조치를 담은 LH 혁신방안을 7일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핵심이 빠진 ‘생색내기용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냉정한 평가에 직면했다. 여기에 ‘2·4대책’의 일환으로 상반기에 끝내기로 했던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공개는 공직자 투기 우려에 발목이 잡히면서 하반기 이후로 늦춰졌고, 정책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현재와 같은 택지공급 방식으로는 이런 상황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며 “택지 개발부터 공급에 이르는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늪에 빠진 민주당…명단 공개 후 탈당 요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 2021.6.8/뉴스1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뒤 탈당을 요구했다.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는 파장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권익위에 요청해 소속 의원 174명과 이들의 직계존비속 816명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투기 의혹 거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의원 12명을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또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지역구의원 10명에게 탈당을 권유하고, 비례의원인 윤미향·양이원형 의원 2명은 출당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의원들은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소지)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의원(업무상 비밀이용의혹 소지) △양이원영,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농지법 위반 의혹 소지) 등이다.

이런 결정 과정에서 민주당에서는 적잖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 수석대변인은 “송영길 대표는 어제 명단을 받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깊은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당 지도부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입장에서 (해당의원들이) 탈당 권유에 응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당초 LH 사태로 야기된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의혹 연루자들에 대한 고강도 조치를 시사했다. 송 대표는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 금지 등 엄격한 윤리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일벌백계의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인원이 생각보다 많은 데다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되자 한때 대처 수위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12명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숫자라 부담스럽다”며 “당사자 소명 작업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비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3건 이외의 농지법 위반이나 건축법 위반 등 사안에 대해선 출당 조치가 과할 수 있다”며 징계 수위 조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준석 당 대표 후보를 앞세운 국민의힘이 여론의 큰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번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더 큰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명단 공개와 함께 탈당 요구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 껍데기 뿐인 LH개혁방안…불만만 증폭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모습.2021.6.7/뉴스1 © News1
사태 발생 3개월여 만에 7일 정부가 내놓은 LH 개혁방안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기대수준을 한참 밑돈다”로 모아진다. 무엇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해체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던 조직 개편안이 빠진 게 논란이 됐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LH 혁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택지 입지 조사 등 일부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고, 9643명에 달하는 직원의 20%(약 2000명)를 줄이기로 했다.또 LH 모든 직원의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고,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토지개발과 주택건설, 주거복지 등 핵심 기능은 대부분 유지하기로 했다. 또 인력감축도 당장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명예퇴직 등을 활용해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핵심 관건이었던 조직개편은 3가지 후보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토지 부문과 주택·주거복지 부문을 각각 설치하는 방안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수평적으로 분리하는 방안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두고 토지·주택사업을 자회사로 두는 방안 등이다.

세 가지 모두 토지 개발-주택 공급-주거 복지 등 3대 핵심 업무를 LH가 그대로 수행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H 사태를 폭로했던 참여연대도 정부 혁신안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2·4 대책 등 주택 공급은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핵심 역량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 속타는 국토부 …커지는 공급 차질 우려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전경. © 뉴스1
LH 사태가 초래한 문제 가운데 주택 공급 차질 우려를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2·4대책’을 통해 전국에 26만3000채 규모의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로 하고, 후보지는 올 상반기에 모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에는 광명·시흥 7만 채 등 총 10만1000채를 지을 수 있는 신규택지도 공개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3월 초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투기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는 LH 사태 이후 제기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후보지별로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11만 채 등 전국에 13만1000채를 지을 수 있는 신규 택지 후보지 공개 작업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지역에서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상당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후보지에 대한 사전조사 결과 특정시점에 거래량, 외지인, 지분거래 비중 등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투기 정황이 확인됐다”며 “경찰 수사 등을 통해 투기행위를 색출하는 것이 선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사 결과에 따라 후보지에서 탈락하는 지역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과천정부청사 유휴용지를 활용해 주택 4000채를 공급하려던 계획을 주민반발로 취소하자 정부 주택 공급 대책의 전반적인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천 이상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곳들이 적잖다. 또 서울시가 민간주도의 공급 방안을 제시하면서 공공주도 공급을 앞세운 정부와 대립하고 있어서다.

● “택지 개발-공급 전반에 걸친 수술 필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단지. 뉴스1 © News1
전문가들은 이번을 계기로 정부의 택지 공급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2000년대 이전 고도 성장기에 활용했던 공영개발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국토부가 주도하는 공영개발은 공공사업자의 택지개발 재원 부족, 수요와 연계되지 않은 중장기 택지수급계획, 택지개발사업 수요예측의 부적정성, 지속적인 보상단가 상승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 정보를 특정 기관이 독점함으로써 정보 유출에 따른 투기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정부는 이번 LH 혁신방안에서 신도시 조성 등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전(事前) 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LH의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이관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부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현재 LH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113명인데, 국토부는 공공주택추진단에 공공택지조사과를 신설하고 20명 정도의 인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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