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요람’ 피셔프라이스, 잇단 영아 사망에도 ‘위험성 부인’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6-08 11:32 수정 2021-06-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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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제품이 지침에 따라 사용됐을 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잇단 영아 사망사건을 일으킨 ‘피셔프라이스(Fisher-Price) 아기 침대(바운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청문회가 미 하원의회에서 열렸다. 사측은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고, 의원들은 “기업의 도덕성이 부족하다”며 질책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7일) 미 하원의회에서는 유명 유아용품 제조기업 피셔프라이스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 기업의 ‘록앤플레이 인클라인드 슬리퍼(Rock ’n Play inclined sleeper)‘ 아기침대는 일명 ’죽음의 요람‘ 사건으로 불리는 영아 연쇄 사망사건을 일으켰고 2019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의원들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기업이 안전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 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사측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피셔프라이스의 모기업인 메텔의 이논 크라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의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침대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며 “우리는 이 제품이 지침에 따라 사용됐을 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은 하원의원들은 분개했다. 존 사르벤스 의원은 “영아 사망의 책임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라자 크리쉬나무시 의원은 “이 기업의 도덕성 부족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펫 팔콘 의원은 “판매를 지속하기로 한 결정은 도덕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데비 와저맨 슐츠 의원은 “안전에 관한 연구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졌는지를 안다면 부모들은 절대 그 침대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판매 중인 피셔프라이스의 다른 제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케이티 포터 의원은 피셔프라이스의 다른 침대 제품인 ’스위트 스너거퍼피 드림스 디럭스 바운서‘의 광고를 예로 들었다. 이 제품은 사망사고를 일으킨 문제 제품과 비슷하게 ’기울어진 침대‘처럼 생겼지만 제품설명에는 ’장시간 수면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고 써있다. 포터 의원은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아기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제품, 즉 수면을 위한 제품으로 광고한다. 하지만 아기들이 그 안에서 잠드는 것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록앤플레이 제품은 리콜이 진행 중이다. WP는 “리콜이 진행되는 동안 이 제품을 시장 출시 상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사측의 결정에도 의회의 비판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록앤플레이 침대는 아기가 비스듬한 경사면에 누운 채 잠을 자도록 설계된 최초의 제품이다. 피셔프라이스의 유명세 덕에 전 세계적으로 500만 개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사측이 애초 유아 수면에 대한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했고, 안전여부에 대한 임상연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WP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측은 제품개발 당시 소아과 의사의 조언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의사 면허를 상실한 가정의학과 의사 한 명과 상담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WP는 “아기들이 계속 숨졌지만 피셔프라이스는 이 인기 있는 침대를 계속 팔았다”고 비판했다.

2019년 이 침대가 시장에서 퇴출됐을 당시 관련 사고로 사망한 아기는 30명이 넘었다. 이후 그 숫자는 90명 이상으로 늘었다. 사망한 아기들은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몸을 뒤틀어 뒤집으며 질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소아과협회는 록앤플레이가 판매되기 전 15년 이상 ’아기는 단단하고 평평한 표면에서 등을 대고 자야 안전하다‘고 권고해왔다. 지난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록앤플레이처럼 비스듬한 경사 형태의 모든 유아 침대 판매를 금지한다고 의결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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