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숨진 직원, 괴롭힘·과로…회사가 묵인하고 방조”

이건혁기자

입력 2021-06-07 20:12 수정 2021-06-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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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직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경영진이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이버 노조는 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네이버 직원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A 씨는 주말, 밤 늦게도 업무를 했고, 식사 중에도 업무적 연락이 오면 늘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B 씨 때문에 ‘미팅을 할 때마다 무능한 존재로 느껴진다’ 등 괴로움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임원 B씨는 평가, 연봉, 보너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의 권한을 이용하여 고인을 지속적으로 힘들게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동료 직원들의 증언과 A 씨의 지인들로부터 이 같은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B 씨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2년 가까이 다양한 행동을 취했으나 회사가 묵살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2019년 1월과 5월 직원들이 두 차례 고위 경영자에게 문제 제기를 했고, 이 경영자는 ‘또 문제가 있으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올해 3월 4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참여한 회의에서 B 씨에 대한 문제가 직접 거론된 적이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회의 참석자인 한 직원이 B 씨의 선임에 대한 정당성을 질문했으나, 인사 담당 임원이 ‘책임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올해 3월에도 A 씨의 동료가 B 씨와 관련한 문제를 회사 측에 제기했으나, 회사는 조사를 부실하게 했고 오히려 신고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는 등 인사 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는 “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고용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사측은 “노조 조사에 대해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사측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현재 진행 중인 조사의 전 과정은 노사협의회와 공유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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