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이해진·한성숙 회의에서 ‘갑질 임원’ 문제 접하고도 외면”

뉴시스

입력 2021-06-07 12:37 수정 2021-06-0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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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안타까운 선택 관련 첫 기자간담회서 자체 중간조사 결과 발표
"고인 부당 지시·폭언에 시달려...2년간의 호소에도 경영진 방조"
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요청 진정서 제출..."재발방지 대책위 꾸려야"



최근 안타까운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이 과도한 업무량, 상사의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지시와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2년 가까이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과 동료들이 회사의 절차를 이용해 호소했음에도 회사가 묵살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했다.

특히 지난 3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사내간담회에서 고인을 압박한 상사를 임원으로 발탁한 데 대한 문제 제기를 접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에 몰린 데 대해 실망감이 높다.

네이버사원노조는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본사 정문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동료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2차례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진상 규명을 위한 회사의 적극적인 노력과 데이터 보존을 촉구한 바 있으며 대외에 자체적인 진상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고인의 동료, 지인 등을 상대로 진행한 자체 조사 결과, 고인은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휴가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고발했다.

가령 동료들은 고인이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으며, 밥을 먹다가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늘 답변을 했다고 증언했다. 밤 10시 이후와 휴가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조는 또 고인이 상급자(이하 임원 A)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주변인들은 임원 A가 회의 중 종종 고인이 모욕감을 느낄 만한 발언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특히 2021년 5월 7일 오후 5시 회의에서 인턴의 프로젝트에 대한 주제 논의 중 고인의 의견을 제시하자 임원 A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면박을 주고서 5분 후에 고인의 의견과 동일한 내용으로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하자고 얘기한 사례를 공유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임원 A는 본인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고인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며 “임원 A는 업무지휘, 평가, 연봉, 인센티브, 스톡옵션, 보직 등의 권한을 이용해 고인을 지속적으로 힘들게 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2년 가까이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과 동료들이 회사의 절차를 이용해 다양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문제를 묵살한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와 묵인 역시 고인의 비극적 선택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임원 A가 리더로 입사한 직후 해당 조직의 직원들이 경영진 C에게 문제를 제기하였을 때 경영진 C는 이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몇달 후 해당 조직의 조직장들이 경영진 C를 찾아가 임원 A와 일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때 경영진 C는 이를 묵살했고, 리더였던 임원 A를 오히려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후로도 해당 조직에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퇴사자 면담을 하며 경영진 C와 임원 A 때문에 퇴사한다고 밝혔음에도 어떠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사내 신고채널을 이용해 유사한 문제를 가진 임원 B를 신고했음에도 조치가 되지 않았으며,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와 함께한 자리에서도 임원 A를 적시한 임원 발탁의 적절성에 대해 질의했으나, 경영진과 인사위원회가 검증한다는 인사 담당 임원의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노조는 토로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임원 A가 지속적으로 고인을 힘들게 했지만 직접적인 가해를 한 임원 A와 임원 A의 문제를 알고도 묵살했던 경영진 C는 이 일에 큰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의 신환섭 위원장은 “무엇보다 2년 가까이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과 동료들이 회사의 절차를 이용해 다양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묵살한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와 묵인 역시 고인의 비극적 선택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 자체 진상 조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이번 일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소위 C 레벨의 경영진 중 1명이 관계된 일이다. 우리는 그간 경영진이 일으킨 문제와 직원이 일으킨 문제 대한 처분이 공정하지 않고, 조사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징계 진행 속도와 결과가 동일하지 않게 진행됨을 목도해왔다”면서 “직장내 괴롭힘 신고 등이 있은 뒤 외부 기관을 통해 진행하는 조사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리스크 관리위원회를 구성한 사외이사를 임명하고 이번에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조사 권한을 맡긴 것도 해당 경영진이 포함된 이사회였기에, 사측의 조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고인의 명예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상세한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회사에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구체적인 요청 자료는 ▲고인의 사내 메신저(웍스) 이력, 사내망 접속이력 출퇴근 기록, 고인과 임원 A의 사내 메신저(웍스) 기록 ▲고인과 임원 A 그리고 임원 B간 오갔던 사내 메신저(웍스), 메일, 사내소스관리도구(OSS)의 자료 ▲2019년 1월 이후 지도 업무 중 퇴사한 직원들의 퇴사 면담 이력 ▲2021년초 진행된 임원 B에 대한 신고 및 조치과정 ▲리더 A와 리더 B를 임원 A와 임원 B로 선임한 검증 절차 등이다.

아울러 노조는 고인을 포함하여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더라도 신고가 어려운 정황을 발견해 같은 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밖에 노조는 사측에 조사가 끝난 이후 조사 및 수사 결과를 함께 살피고 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위를 꾸릴 것을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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