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위기는 하나님 말씀에서 멀어진 것… ‘역지사지’ 소통해야”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6-07 03:00 수정 2021-06-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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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총회장 지형은 목사 인터뷰
한국교회, 기독교 중심에서 멀어져… 목회자부터 자성하는 시간 필요
코로나이후 교세감소는 ‘입에 쓴약’, 일부 극우정치세력 입지 좁아져
조계사 앞 확성기, 선교 아닌 도발… 성경에 충실하면 공감-존중 ‘절로’


4일 서울 강남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 본부에서 만난 지형은 목사는 “세상사처럼 한국 교회도 위기 속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무엇보다 성경 말씀을 삶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개신교계의 위기의식은 심각하다. 하지만 4일 서울 강남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 본부에서 만난 지형은 목사(61·성락성결교회)의 해법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는 “최근 기독교(개신교) 위기의 본질은 하나님 말씀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사태는 한국 교회에 성찰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독일 보훔대에서 교회·교리사를 전공해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지켜본 목회자로 대북 지원과 교류에 힘써 온 ‘남북나눔’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교계 최대 목회자 단체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으로’를 임기 중 표어로 정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교세가 줄어든 것은 위기의 현상이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한국 교회가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중심은 바로 하나님 말씀, 성경이다. 교단 표어를 정하면서 요한복음 1장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는 구절을 떠올렸다. 말씀이 육신이 됐다는, ‘성육신(成肉身)’이 핵심이다. 하나님 말씀이 우리 삶으로 이어져 삶에서 작동해야 기독교 신앙이다.”

―기본 중의 기본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위기를 말하면서 신자 수가 줄었다는 현상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상식이 작동하지 못한다. 라틴어 표현으로 ‘아드 폰테스(Ad Fontes)’처럼 근원의 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더 왕성해졌다는 예루살렘의 초대 교회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총회장 선출 뒤 ‘말씀삶’ 프로젝트를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씀이 삶이 되게 하나라는 고민이 있다. 우선 목회자들부터 설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자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경을 내용의 흐름에 따라 100개 덩어리로 나눠 목회자들이 온라인과 지역모임을 통해 공부하고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겠다.”


―교계의 ‘사회적 불통(不通)’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2000년 기독교 역사를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교회가 다수 집단이 되면 자기 안에 갇힌다. 한국 기독교는 빠르게 성장하며 다수 종교가 되면서 우월적인 제국주의적 선교관에 빠졌다. 성경의 가르침은 세상과 소통하라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에 빠진 약자들을 돕고 불의와 맞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른 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빠져 있으면 잘못된 선교다.”

―시끄럽다, 일방적이다, 타 종교를 무시한다 등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늘었다.

“최근 문제가 됐지만 부처님오신날 조계사 앞에서 확성기를 트는 것은 선교가 아니라 싸우자는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다면 경청과 공감, 존중, 배려 등의 덕목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교회의 모습을 어떻게 보나.

“교세 감소가 현상적인 모습인데 역설적으로 입에 쓴 약이 됐다. 적어도 극우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일부 목회자들이 교계에서 힘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시련은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올바르게 가고 있나?’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하나님 앞에서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줬다.”

―평소 기도 중 잘 떠올리는 성경 구절은 무엇인가.

“요즘 로마서 8장 28절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는 구절이 다가온다. 개인과 사회, 나라의 모습이 왜 이렇게 됐는지 속상해도 존재 자체에 대한 낙관주의가 필요하다. 결국은 희망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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