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동남아 씨티은행 인수 검토”
신지환 기자
입력 2021-06-07 03:00 수정 2021-06-07 04:16
‘신남방 전략’ 따른 사업확장 가속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소매금융 사업 매각에 나선 가운데 국내 금융지주들이 씨티그룹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남방 전략’으로 동남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가진 동남아의 광범위한 고객층과 인프라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A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권 씨티은행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B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도 “국내보다 동남아 씨티은행이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며 “제안서 등이 오면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C 시중은행 임원은 “기존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 동남아 씨티은행 인수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가 씨티그룹의 동남아 사업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동남아 시장이 풍부한 신용 수요와 높은 대출금리를 바탕으로 금융 마진이 쏠쏠한 ‘기회의 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일찍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가 최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들은 저금리, 고령화에 갖가지 규제로 사업이 힘든 국내보다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미 동남아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국에 영업점 1129곳과 직원 2만4000여 명을 두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그간 동남아 현지 금융사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인수하는 방법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48곳이 동남아 금융사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해외 투자의 42.8%를 차지한다. 2017년 말(27.1%)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한국씨티은행 인수를 검토하는 금융사들은 고임금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낮고 타사와 중복되는 고객이 많아 인수 실익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전환을 위해 대부분의 은행들이 인력 효율화에 나선 상황에서 2000명이 넘는 고임금 직원의 고용을 승계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동남아와 한국의 소매금융 부문을 묶어서 매각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고용 승계 등의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아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단계적 폐지’(청산) 수순도 검토할 예정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7월 중으로 구체적인 출구전략의 윤곽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소매금융 사업 매각에 나선 가운데 국내 금융지주들이 씨티그룹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남방 전략’으로 동남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가진 동남아의 광범위한 고객층과 인프라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국내 금융지주 “한국씨티은행보다 동남아”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4월에 매물로 나온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지역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사업 인수를 검토했다. 아직 구체적인 인수 계획을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씨티그룹 동남아 지역 사업의 시장성, 사업 구조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A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권 씨티은행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B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도 “국내보다 동남아 씨티은행이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며 “제안서 등이 오면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C 시중은행 임원은 “기존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 동남아 씨티은행 인수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가 씨티그룹의 동남아 사업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동남아 시장이 풍부한 신용 수요와 높은 대출금리를 바탕으로 금융 마진이 쏠쏠한 ‘기회의 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일찍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가 최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들은 저금리, 고령화에 갖가지 규제로 사업이 힘든 국내보다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미 동남아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국에 영업점 1129곳과 직원 2만4000여 명을 두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그간 동남아 현지 금융사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인수하는 방법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48곳이 동남아 금융사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해외 투자의 42.8%를 차지한다. 2017년 말(27.1%)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 한국씨티은행 “복수 금융사 인수 의향, 고용 승계엔 부정적”
동남아 사업과 달리 한국씨티은행의 매각 절차는 지지부진하다. 한국씨티은행은 3일 정기 이사회에서 국내 소매금융 사업 철수와 관련된 두 번째 논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전체 소매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부정적이어서 인수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한국씨티은행 인수를 검토하는 금융사들은 고임금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낮고 타사와 중복되는 고객이 많아 인수 실익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전환을 위해 대부분의 은행들이 인력 효율화에 나선 상황에서 2000명이 넘는 고임금 직원의 고용을 승계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동남아와 한국의 소매금융 부문을 묶어서 매각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고용 승계 등의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아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단계적 폐지’(청산) 수순도 검토할 예정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7월 중으로 구체적인 출구전략의 윤곽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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