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부동산’이라 열풍?… ‘어스2’ 한국인 자산 두 달새 두 배로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6-07 03:00 수정 2021-06-07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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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주목받자 새 투자처 인기… 국내 이용자 보유액 급증, 세계 3위
주요 랜드마크는 中日등과 쟁탈전… 매매가도 상승세, 수익 사례도 퍼져
현금화 지연 등에 사기 경계 목소리


우리땅인데 오성홍기-일장기? 구글의 위성 지도를 기반으로 만든 가상 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2(Earth2)’에서 부동산 정보를 확인하면 최근 구매자의 국적이 국기로 표기된다. 국기는 프로필 설정에서 바꿀 수 있어 실제 국적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경복궁(위쪽 사진)은 어스2에서 오성홍기로 덮여 있다. 경북 울릉군 독도 주변 동해상에는 ‘독도 ♡ KOREA’ 모양의 태극기 타일 주위로 일장기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사진 출처 어스2 홈페이지

가상의 지구를 실제 부동산처럼 사고파는 가상 부동산 거래게임 ‘어스2(Earth2)’에 대한 투자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새로운 가상자산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금화가 복잡하고 투자 실체가 불명확해 ‘스캠(사기)’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6일 어스2에 따르면 이 게임 안에서 투자된 한국인 이용자들의 자산 가치는 626만 달러(약 70억 원)로 3위를 차지했다. 국적 불명이 948만 달러(약 106억 원)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726만 달러(약 81억 원)로 뒤를 이었다. 일본 34만 달러(약 3억8000만 원), 중국 26만 달러(약 2억9000만 원)와 비교해도 한국이 약 20배 정도 많다.

한국 투자자들의 어스2 총자산은 4월 초 276만 달러(약 31억 원), 5월 초 446만 달러(약 50억 원)로 최근 석 달간 매월 20억여 원씩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 이용자들의 누적 거래량(타일 수)도 56만 개로 미국(60만 개)에 이어 2위다.

어스2는 지난해 11월 호주 개발자 셰인 아이작이 실제 지구(어스1)를 본뜬 가상의 디지털 세계를 표방하며 선보였다. 처음엔 몰입형 가상현실(VR) 등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게임 개발자 및 유저들의 이용이 많았지만 올 초 세계적인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옮겨붙으면서 일반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었다. 땅 소유자가 내놓은 매물을 사거나 경매를 제안한 뒤 운영사에 돈을 내고 가상 부동산을 구매하는 형식이다.

어스2의 부동산 거래 단위인 ‘타일’(10m² 넓이의 땅)당 가격은 서비스 초반 0.1달러였으나 거래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이슬란드 60달러, 미국 59달러 등으로 치솟았다. 국내 타일 가격도 4월 14달러에서 이달 28달러로 곱절이 됐다. 희소성이 큰 카리브해 휴양섬 바베이도스는 200달러, 바티칸시국은 130달러로 책정됐다. 어스2는 세 가지 단계로 사업 방향을 제시했는데 현재는 단순히 땅 소유권을 사고파는 1단계다. 이후 자원을 채취하고 아바타를 적용하는 2단계, 건물을 짓고 VR 등 본격적인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3단계다. 3단계는 아직 계획만 밝힌 상태지만 벌써부터 관광 명소나 숲, 유전 등 자원이 나오는 곳으로 구매가 쏠리고 있다.

주요 랜드마크 선점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스2에선 가상부동산을 구매한 이용자의 국적이 해당 국기로 표시되는데 청와대와 경복궁은 오성홍기(중국), 대법원은 성조기(미국) 등 국내 주요 시설에 외국 국기로 도배돼 있는 곳이 많다. 다만 국기는 프로필 설정에서 바꿀 수 있어 반드시 실제 국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독도가 있는 동해상에서 한국인 유저가 ‘독도 ♡ KOREA’ 모양으로 타일을 구매하자 일본 유저가 글씨 모양이 잘 보이지 않도록 훼방 구매를 하거나 취소를 뜻하는 삭제선(‘―’)을 긋는 등 가상 영유권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신종 투자처로 떠오른 어스2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에는 가상부동산을 팔아 수백만, 수천만 원을 벌었다는 수익 사례부터 매매 및 현금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많다. 하지만 타일 가격 급등락을 경고하거나 100만 원 이상 고액의 타일을 현금화하려 했더니 3, 4개월 동안 감감무소식이라는 등 스캠 위험성을 지적하는 글도 적지 않다.

어스2 측은 스캠 지적에 대해 “만약 어스2가 스캠이라면 셰인(창업자)은 사상 최악의 사기꾼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어스2)가 내놓을 메타버스 기술이 실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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