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온난화 주범? ‘열과의 전쟁’ 나선 IT 기업들

이건혁기자

입력 2021-06-05 12:19 수정 2021-06-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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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보자(araboja) ESG 〈4〉

지난달 24일 기상청이 6~8월 예보를 내놨다. 작년 예보가 크게 빗나간 적이 있어 고개가 갸웃거려지긴 하지만, 어쨌든 올해 6월과 7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40%, 8월은 50%란다. 한 마디로 올 여름 많이 더울 거란 얘기다.

더위에 약한 기자는 걱정이 가득이다. 마스크를 쓴 채 섭씨 30도가 넘는 도심을 돌아다니며 생각에 벌써부터 숨이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당장 이번 주말에 집에 설치된 에어컨을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대체 누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지.

그래서, ESG 아라보자(Araboja) 4회는 여름을 맞아 ‘열’을 내뿜는 시설에 대해 다뤄보기로 했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와 IT기업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구는 예전에 비해 확실히 더워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1880년부터 2012년 사이에 지구의 표면 온도는 0.85도 높아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는 1912년~1940년과 1991년~2020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을 추산해 비교했는데, 평균 기온은 12.1도에서 13.7도로 1.6도 높아졌다. 10년에 0.2도씩 높아지는 속도다. 여름은 20일 길어졌고, 열대야는 같은 기간 8.4일 늘었다.

‘불지옥반도’를 만든 주범으로는 단연 화석 연료를 쓸 때 뿜어 나오는 온실가스가 꼽힌다. 2018년 기준 석탄 발전, 가스 발전 등 발전분야에서 생성된 온실가스가 국내 배출량의 약 90%를 차지하며, 산업, 농업 등도 뒤를 잇는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발전 기술을 개발하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등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도 굴뚝을 통해 배출되는 탄소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런데 최근 지구 온난화의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공장’이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게임, 인터넷쇼핑, 자율주행,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이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인프라. 바로 ‘굴뚝 없는 공장’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시설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설비 등을 갖추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컴퓨터를 갖춘 시설을 가리킨다. 조금 무식하게 표현하자면, 초대형 전산실이다.

데이터센터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는 서버, 그리고 서버와 네트워크가 뿜어내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설비 가동에 사용된다. 데이터센터의 적정 온도는 통상 19~21도이며, 최근 미국냉동공조학회(ASHRAE)에서는 기술의 발전을 감안해 18~27도를 적정 온도로 제시하고 있다.

어찌됐든 열을 식혀주지 않으면 100도까지도 치솟을 수 있는 컴퓨터를 식히기 위해서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냉방설비가 24시간 가동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 전기 소비의 50%가 냉방에 사용된다고 한다. IT 장비 가동에는 35%, 나머지 15%는 손실된다고 하니, 사실 데이터센터는 ‘거대 냉장고’라고 봐도 되겠다. 습도를 조절하기 위한 장치, 보안 및 관제 시스템, 급작스러운 전력 차단에 대비한 비상 발전설비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

데이터센터 수는 얼마나 될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용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즉 연면적 2만2500㎡ 이상에 서버를 최소 10만대 이상 갖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살펴보자. 올해 1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시너지 리서치 그룹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수는 지난해 말 597개에 이른다. 업체 측은 2018년 말 대비 111개 늘었으며, 현재 건립 중이거나 예정된 데이터센터 수만 219개가 더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엄청난 전기 소비량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비량은 약 200TWh(테라와트시)였으며, 이는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0.8%를 차지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같은 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기 소비량이 210TWh다.(한국은 527TWh)

참고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는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2일 기준 연 환산된 2021년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될 전기 소모량은 114.3TWh다.


물론 긍정적인 전망은 있다. 데이터센터 수는 늘어나고, 데이터센터를 통한 데이터 트래픽과 다운로드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비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IEA는 2019년 인터넷 트래픽이 2010년의 12.1배, 데이터센터의 처리량이 같은 기간 7.5배로 늘어났지만, 전기 소비량은 2010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IEA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 덕분에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이 증대되면서, 에너지 수요 증가가 제한됐다”고 소개했다. 현재 기술 발전 추세대로라면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비량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데이터센터가 쓰는 에너지 소비 전망치는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28일 중국의 데이터센터를 탄소 배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중국의 5G,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2035년 데이터센터 운영에 소비되는 탄소산화물 배출 예상치는 310만 t으로, 1년 동안 프랑스 전 산업분야가 배출하는 양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분야 에너지 소비량은 같은 기간 289%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북미와 유럽에 주로 분포해있는데, 이들 지역은 화석연료 못지않게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발전 비중이 높다. 반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아직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지 않는 개발도상국은 화력, 가스 발전 비중이 높다. 이들 지역에서의 데이터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할수록, 전기 소비량이 늘고 그만큼 탄소산화물 배출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R&D를 확대하는 건 IT 기업들의 ESG 평가, 특히 환경(E) 부분에 있어 적잖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0년 ESG 평가에 따르면 국내 대표 빅테크인 네이버는 환경 분야에서 B+ 등급을 받았다. 네이버의 지배구조(G) 평가가 A+, 사회(S)는 A 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카카오는 C 등급,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NHN은 D 등급이다. 참고로 이동통신사의 경우 SK텔레콤은 A+, KT는 A, LG유플러스는 B+다.

이에 대해 전통적인 굴뚝 산업이 아니었던 탓에 IT 기업들이 환경 부분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쏟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ESG가 기업 가치 평가와 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 부분을 들여다보는 추세다. 물론, 전력비용을 아낌으로서 영업이익 증가에 도움이 되는 점도 있다.


그러면 국내외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개발했다.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딥러닝에서의 연산 속도가 1.5배 빠른데 전력 사용량은 20% 줄어드는 강점을 지녔다. SK텔레콤은 NHN의 AI 사업에 시범 적용해 성과를 검증한 뒤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한 분당, 성수에 위치한 ICT 인프라센터에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기로 한국전력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는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따른 것인데, 기업이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했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한전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해당 금액만큼 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다. 아울러 데이터센터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망을 개선해 전력 사용량을 기존 대비 약 53%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고, 환경부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등 연간 1만 t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 14개의 IDC(인터넷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KT는 냉방비를 줄이기 위해 IDC 설계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서울 용산구의 KT 용산 IDC의 경우 고효율 설비를 갖춰 전력비용을 20% 이상 줄였다. 냉수를 순환시켜 데이터센터 내 더운 공기를 식혀주고, AI 기술을 활용해 냉방 효율을 최적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6개의 IDC를 운영중이고 조만간 한 곳을 추가할 LG유플러스도 공기가 순환하는 통로를 만들고 단열재를 확대 사용함으로서 IDC의 에너지 사용량을 평균보다 약 22% 줄였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인 ‘각’에 친환경 기술을 대거 접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2040년까지 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2040 카본 네거티브’를 목표로 제시하고, 최근 관련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핵심은 전력 소비량 줄이기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데이터센터 각 춘천에는 외부 공기를 이용한 자연 냉각, 조명과 난방에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 활용, 버려지는 열은 겨울철 도로 열선에 재활용 등의 이용되고 있다. 이에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PUE 1.1를 유지하고 있다. PUE는 데이터센터의 효율을 나타내는 척도로 쓰이며, 1에 가까울수록 전력을 많이 아꼈다는 의미다. 또한 각 춘천보다 6배 큰 규모를 갖춘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도 친환경 관련 기술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해외 IT 기업의 경우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7년 이미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달 새로운 데이터센터 운영 전략을 내놨다. 구글은 “태양이 떠 있고, 바람이 불 때, 데이터센터는 더 열심히 일 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발생되는 지역과 시간대에 맞춰 데이터센터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를 잠수함 모양으로 만들어 바닷 속에 집어넣는 나틱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바닷물로 데이터센터를 식힐 수 있어 그만큼 전기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북극과 가까운 스웨덴 룰레오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IT기업들이 벌이는 열과의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 5G, AI 등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만큼 데이터센터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전기도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IT기업들이 온갖 기술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으니, 데이터센터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기대해볼만 하겠다. 그래야 죄책감 없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IT기업들의 건투를 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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